2014. 12.15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나와 나타샤와 힌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밤 힌당나귀타고
산골로가쟈 출출이 우는 깊은산골로가 마가리에살쟈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리 없다
언제벌써 내속에 고조곤히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것은 세상한테 지는것이아니다
세상같은건 더러워 버리는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힌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것이다
< 나와 나타샤와 힌당나귀 > 는 오롯이 백석의 그녀 , ' 자야 ' 김영한을 위한 것이었다 .
함흥의 한 요정에서 만나 사랑을 키워간 시인 백석과 기생 진향은 그렇게 평생을 사랑했다 .
서로의 안부조차 제대로 묻지 못했어도 ,
그 둘은 서로를 무척이나 그리워했다 . 언젠가는 만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믿음을 안고서 .
대원각이 ' 삼각산 길상사 ' 가 되던 날 ,
법정 스님은 대원각의 주인이었던 김영한에게 염주 한 벌과 함께 ' 길상화 ' 라는 법명을 내려주었다 .
그녀의 인생 전부와도 다름없을 대원각을 시주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았을 길상화 보살은 아깝지 않으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
" 그 큰 재산도 , 그 사람의 시 한 줄만은 못하다 ." 라고 .
그녀는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꽃다웠을 이십대 초반의 사랑을 잊지 못했다 .
'즐거움 > 내가 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도 부처 (0) | 2015.06.21 |
---|---|
그 사람을 가졌는가/함석헌 (0) | 2014.12.22 |
마음을 버리지 않으면 /정현종 (0) | 2014.12.08 |
삼월 하늘로 건너온 꽃을 노래하다/이종암 (0) | 2014.11.25 |
11월/나희덕 (0) | 2014.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