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즐거움 /내가 좋아하는 시

나도 부처

by 매화연가 2015. 6. 21.

2015.6.18. 경주

 

경주국립박물관에 가면 목없는 부처가 나란히 앉아있다.

정호승 시인이 초등학교다니는 아들과 경주를 여행하던 어느 날

한 대의 관광버스가 도착하자마자 학생들이 내려서 시끌벅적하더니

목없는 부처에게 다가가 자기 머리를 얹어보고 웃고 떠들며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고 

쓴 시라고 시인이 소개하였다

소년부처의 모티브가 된 목없는 부처를 찾아 마당을 한바퀴 돌았으나 찾지못하였다.

아마 그 때는 박물관 뜰에 놓아두었던가보다

지금은 박물관 동편 뒷쪽에 좌대를 마련하여 나란히 안치하여놓았다

 

 

 

 

 

소년부처

 

정호승

 

경주박물관 앞마당

봉숭아도 맨드라미도 피어 있는 화단가

목 잘린 돌부처들 나란히 앉아

햇살에 눈부시다

 

여름방학을 맞은 초등학생들

조르르 관광버스에서 내려

머리 없는 돌부처들한테 다가가

자기 머리를 얹어본다

 

소년부처다

누구나 일생에 한번씩은

부처가 되어보라고

부처님들 일찍이 자기 목을 잘랐구나

 

- 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열림원) 중에서

 

 

'즐거움 > 내가 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처서/정끝별  (0) 2015.09.02
백석시인의 시어들   (0) 2015.08.03
그 사람을 가졌는가/함석헌  (0) 2014.12.22
나와 나타샤와 힌당나귀/백석  (0) 2014.12.15
마음을 버리지 않으면 /정현종  (0) 2014.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