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일
황여정
겨울나무처럼 다 비워 낸 등 굽은 노모와 넝쿨 속 애호박 같은 손자들 고사리 손 맞잡고 나선 가족 나들이가 절간마다 내 걸린 연등보다 더 환하게 꽃피는 소리 보인다
나무는 봄마다 새 잎을 달고 몸을 가꾸고 사람은 철마다 마음을 꺼내 새 옷을 입힌다
부처님 오신 날 때 절어 무거워진 옷 108배로 한 땀 한 땀 새로 지어
오늘처럼 마음을 연다면 오늘처럼 화기가 넘친다면 오늘처럼 간절한 소망을 담아본다면
꽃등보다 밝게 꽃등보다 아름답게 꽃등보다 오래오래
사는 일이 새털처럼 가볍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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