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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시

초파일/황여정

by 매화연가 2014. 5. 12.

 

 

 

 

 

 

 

초파일

 

황여정

  

 

겨울나무처럼

다 비워 낸 등 굽은 노모와

넝쿨 속 애호박 같은 손자들

고사리 손 맞잡고 나선 가족 나들이가

절간마다 내 걸린 연등보다

환하게 꽃피는 소리 보인다

 

나무는 봄마다

새 잎을 달고 몸을 가꾸고

사람은 철마다

마음을 꺼내 새 옷을 입힌다

 

부처님 오신 날

때 절어 무거워진 옷

108배로 한 땀 한 땀 새로 지어

  

오늘처럼 마음을 연다면

오늘처럼 화기가 넘친다면

오늘처럼 간절한 소망을 담아본다면

 

꽃등보다 밝게

꽃등보다 아름답게

꽃등보다 오래오래

 

사는 일이 새털처럼 가볍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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