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맑은 향 앞에서
황여정
천년의 햇살이 올해도 꽃을 피웠어요
이름만 들어도 두근거리는 가슴이 한달음에 그리움을 불러왔지요
기별도 없었는데 담장밖에서 기다리는 수백년 세월 반가움에 잠시 아뜩한 정신 가다듬어 깊은 숨 들이켰지요
오래 된 시간들이 몸을 거두어 가는 쇠잔함에 마음이 아려도 향은 더욱 짙어만 가요
돌아서는 발길 빈손으로 왔다 가득 채우고 가는 도둑같아 눈물이 납니다 매향지는 봄날
수백년 고목이 피워내는 매향을 찾아와서 눈으로 꽃을 탐하고 마음으로 향을 탐하고 묵은 등걸 잠시 아프게 바라보다 속절없이 돌아가고 내년이면 다시 찾아와 그러하리라는 생각 마치 도둑이 남의 물건 탐해가듯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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