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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 /내가 좋아하는 시

바람의 묵비/정호승

by 매화연가 2014. 5. 7.

 

 

 

 

 

 

 

 

 

바람의 묵비

 

 

  정호승

 

 

  나는 운주사를 지나며 대웅전 풍경 소리를 울렸을 뿐

  가끔 당신의 마음속 닫힌 문을 두드리는 문소리를 크게 내었을 뿐

  당신이 타고 가는 기차가 단양철교 위를 지날 때

  기차 지붕 위에 올라가 가끔 남한강 물결 소리를 내었을 뿐

  한번은 목포항을 떠나는 당신의 뱃고동 소리에 천천히 손수건을 흔들었을 뿐

  묻지 마라 왜 사랑하느냐고 다시는 묻지 마라

  바람인 나는 혀가 없다

 

 

 

 

  -시집『여행』(창비,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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