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철이 들다
황여정
바람아 이 겨울 헐벗은 산야 어디서 무엇을 하느냐 창가에서 만나는 햇살이 너를 어디에 유배시켜 놓고 왔느냐 저 빈 나무처럼 너 어디서 침묵하고 있느냐 겨울이 아직 한창인데 먼데서 숨죽이고 있는 바람의 곁눈질을 본다
흔들리지 않는 겨울은 춥기 때문이다 사랑도 철이 들면 차갑다
유리알처럼 몸을 헹군 밤하늘은 별이 빛나기에 더 없이 맑고 깨끗하다
부드러운 물도 손을 맞잡고 얼음으로 단단해지면 흔들리지 않는다
무게를 가진 것은 스스로 내려 앉아 그 중심에서 제 자리를 지키네
겨울 남쪽 창가에 비치는 햇살처럼 철이 든 것은 모두 편안하다
바람, 철이 들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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