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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시

바람, 철이 들다/황여정

by 매화연가 2014. 2. 16.

 

 

 

 

 

 

 

 

 

 

 

바람, 철이 들다

 

 

황여정

 

 

 

바람아 이 겨울

헐벗은 산야 어디서 무엇을 하느냐

창가에서 만나는 햇살이

너를 어디에 유배시켜 놓고 왔느냐

저 빈 나무처럼 너 어디서 침묵하고 있느냐

겨울이 아직 한창인데

먼데서 숨죽이고 있는 바람의 곁눈질을 본다

 

 

흔들리지 않는 겨울은 춥기 때문이다

사랑도 철이 들면 차갑다

 

 

유리알처럼 몸을 헹군 밤하늘은

별이 빛나기에 더 없이 맑고 깨끗하다

 

 

부드러운 물도 손을 맞잡고

얼음으로 단단해지면 흔들리지 않는다

 

 

무게를 가진 것은 스스로 내려 앉아

그 중심에서 제 자리를 지키네

 

 

겨울 남쪽 창가에 비치는 햇살처럼

철이 든 것은 모두 편안하다

 

 

바람, 철이 들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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