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野生이었네
황 여 정
지난 봄 꽃을 보고 꽃도 시들고 잎도 시든 야생화 분盆하나를 베란다 한쪽으로 치웠다. 겨우내 물도 주지 않았다. 죽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버려두었는데 봄 어느 날 어이없게 나를 반긴다.
나무야 등걸마다 잎눈 자리 찍어놓고 꽃도 마디마다 터 잡아 놓았지만 꽃대궁 마른자리 흔적조차 없던 풀꽃이 햇살아래 푸른 눈짓으로 나를 부른다.
여린 꽃의 어디에 저토록 질긴 명줄이 여린 꽃의 무엇이 저토록 오랜 인고로 봄을 불러 무덤덤한 가슴 꽃등으로 밝히나.
강물같은 세월 산그리매 저문 날 그렁그렁 눈물속에 다시 피는 그대 봄을 기다리는 여린 풀꽃 야생野生이었네.
|
'발자국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화차/황여정 (0) | 2013.04.25 |
---|---|
꽃 피다/황여정 (0) | 2012.11.17 |
아름다운 것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황여정 (0) | 2012.09.02 |
먼 길/황여정 (0) | 2012.06.09 |
6월 담쟁이 /황여정 (0) | 2012.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