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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시

꽃 피다/황여정

by 매화연가 2012. 11. 17.

 

 

 

 

 

꽃 피다

 

황여정

 

 

구름 듬성듬성 마음에 흩날린다

반짝하고 전류가 흘러 불을

밝힌다면 꽃처럼 피거나 새처럼 날거나

하길 기대해 본들

늘 기대는 가중처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울 앞에서 시작되는 일상이 시든 꽃 같은 날

세포마다 물기를 충전시키고

물기를 보존하기 위해 유약 같은 유액을 바르고

빛을 차단하고 하얗게 덧칠해 속살을 더욱 감추고

눈두덩 그늘로 눈매 운치를 더하고

마지막 둥글게 꽃잎을 한 장 그린다

가장자리부터 선을 돌려 촘촘히 색을 채우면

빨간 꽃잎 봉긋이 물고 있는 거울

순간

입술이 꽃잎처럼 열리며

세포마다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난다.

 

 

옷장 속에서 꺼낸

꽃무늬 머플러가 아침을 휘감아

출근길 발걸음이 가볍다.

 

  

2012.11.10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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