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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시

먼 길/황여정

by 매화연가 2012. 6. 9.

 

 

 

 

먼 길

황여정

 

 

가령 사람들은

장미 꽃잎이 붉으면 빨간 장미라 말하고

줄기에 가시가 있으면 장미 가시라고 한다

 

 

하늘에는 하늘빛이 있고

물에는 물빛이 있고

해바라기는 키가 크고

채송화는 키가 작고

나팔꽃은 아침에 피고

분꽃은 저녁에 핀다

 

 

네가 강물처럼 흐른다면 너는 물이고

내가 바람처럼 흐른다면 나는 바람이다.

 

 

가끔씩 물리적인 거리가

우리 사이를 가깝게 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서로 낯선 얼굴로

지구 밖의 일처럼 아득한 일

나에게서 내가 아닌 너의 나를 찾거나

너에게서 네가 아닌 나의 너를 찾아서

늘 쓸쓸함의 먼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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