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즐거움 /내가 좋아하는 시

김종해, 「사모곡」

by 매화연가 2012. 6. 19.

김종해, 「사모곡」
 
 
 
이제 나의 별로 돌아가야 할 시각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
지상에서 만난 사람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여인은
어머니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나의 별로 돌아가기 전에
내가 마지막으로 부르고 싶은 이름
어. 머. 니
 
 
  시_ 김종해 - 1941년 부산 출생. 시집 『인간의 악기』『신의 열쇠』『항해일지』『왜 아니 오시나요』『바람 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풀』『봄꿈을 꾸며』 등. 현재 문학세계사 대표, 《시인세계》 발행인.
 

   시인의 다른 아름다운 여인들, 부인도 따님도 그리고 혹시 계시다면 연인도 시인이 ‘가장 아름다운 여인’ 자리에 어머니를 놓은 것에 샘을 내지 않으리라. 그이들에게도 어머니가 있을 테니까.
  “어머니는 부산 충무동시장에서 떡장수, 술장수, 국수장수를 하며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다. 우리는 어머니가 하는 그 많은 일 가운데 물지게로 물을 길어 나르고, 절구통의 떡을 치고, 맷돌을 돌리고, 콩나물에 물을 주고, 군불을 지펴서 고두밥 찌는 일을 거들었다.”
  아름답지 않은가? 《시인세계》 이번 봄호에 실린 김종해 시인의 산문에서 옮겼다. 고단했건 슬펐건 어머니가 지켜주시던 시공간은 아름답다. 그 정 깊은 어머니나라를 가슴에 품고 있는 시인은 복된 사람이다. 어머니도 복되시고.
“눈은 가볍다/서로가 서로를 업고 있기 때문에/내리는 눈은 포근하다/서로의 잔등에 볼을 부비는/눈 내리는 날은 즐겁다/눈이 내리는 동안/나도 누군가를 업고 싶다”(「눈」 전문)
  위 시와 「사모곡」이 실린 「풀」은 고샅고샅 따뜻하고 섬세하고 맑은 시집이다. 내가 아는 시인처럼, 풀꽃처럼.
 
문학집배원 황인숙
 
  
 

-->

'즐거움 > 내가 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씨/임희구  (0) 2012.08.09
행복/헬만 헷세  (0) 2012.08.09
흰 웃음소리/ 이상국   (0) 2012.06.18
매력있다는것에 대하여  (0) 2012.06.03
나쁘다/문무학  (0) 2012.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