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여행을 떠나기 전에
1. 밑그림 그리기
1) 어느 길을 걸어야 할까?
<경로잡기>
도보여행이 처음인 사람은 경로를 선택하는 일부터 만만치 않다. 걷기 좋은 경로를 선택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으니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 땅을 밟고 걷겠다는데 좋은 길 나쁜 길이 어디 있겠는가? 이럴 때는 지도를 펼쳐놓고 손가락으로 죽죽 그어보거나 평소에 가고 싶었던 곳을 꼭지 점으로 잡고 이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옛길 따라 걷기>
고산자 김정호가 집필한 대동지지에는 모두 열 개의 대로가 있다. 이 중 서울-부산의 동래대로와 서울-해남의 해남대로, 평해부터 동해안을 따르다 강릉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평해대로가 국토를 걸으며 종․횡단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옛길이다. 여기에 봉화대로인 서울에서 충주, 봉화를 거쳐 안동, 울산 또는 부산까지 이을 수 있는 영남좌로가 있으며, 통영을 출발하여 남원을 거쳐 전주 삼례에서 해남대로와 만나 상경하는 통영별로가 있다.
국토 종단을 한다면 서울에서 임진각까지 의주대로를 더하거나 경흥대로를 통해 김화까지 이을 수 있다.
옛길을 걷는 것은 역사를 걷는 것이기도 하다.
▪ 동래대로 : 영남대로라고도 불리며 부산의 동래읍성으로부터 서울의 숭례문까지 450km. 이 길은 충주를 기점으로 하여 부산과 서울 간의 직선 길이며, 팔조령, 토끼벼루, 문경새재를 넘는다. 또 임진왜란 때 부산을 상륙한 왜군이 도성을 향했던 침공로이기도 하다.
▪ 해남대로 : 삼남대로라고도 불리며 진도대교 아래 울돌목에서 이순신장군의 명량대첩을 만나보고 우수영부터 한양까지 이어지는 옛길이다. 뱃길을 잇는 제주로의 경우에는 관두포를 출발하여 해남에서 삼남대로와 만난다. 그러나 요즘 인기 있는 곳인 땅끝부터 출발해도 좋을 것이다. 거리는 460km 정도이다.
▪ 의주대로 : 서울부터 의주까지로 현재 남쪽 구간은 판문점까지이나 걸음은 임진나루까지 64km를 갈 수 있다.
서울-무악재-구파발-숫돌고개-고양-혜음령-광탄-파주-임진나루
▪ 경흥대로 : 북관대로로 불리며 한반도 북쪽 끝이자 6진이 있었던 경흥까지 구간으로 현재는 김화까지 95km를 걸을 수 있다.
서울-보제원-누원-의정부-축석령-송우리-포천-만세교-영평-운천-갈현-김화
▪ 평해대로 : 관동대로로 불리며 너른 동해바다와 백두대간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경로이다.
서울 동대문-망우리-양평-지평-원주-안흥-운교-방림-대화-진부-횡계-대관령-강릉-삼척-평해
▪ 봉화대로 : 죽령을 넘어 봉화까지 경상도 동북부 지역을 잇는 경로로 영주에서 안동, 울산으로 이어져 영남좌로라고도 불린다.
서울-전관교-송파-남한산성-광주-곤지암-이천-장호원-충주-수산-단양-죽령-풍기-영주-내성-봉화
▪ 강화대로 : 이 땅의 많은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구간이다.
서울-양화진-양천-김포-통진-갑곶진-강화-인화석진-교동도
▪ 수원별로 : 정조의 능행로, 효행로로 불리는 길로서 서울 창덕궁을 출발하여 융, 건릉까지 62km 구간이다.
서울-노량진-시흥-안양-수원-건릉
▪ 충청수영로 : 충청수영이 있던 보령의 오천항부터 충청도를 가르고 올라오는 경로이다.
서울-평택-음봉-신창-예산-광천-오천
▪ 통영별로 : 남해 통영부터 지리산자락을 거치는 길이다.
서울-삼례-전주-만마관-임실-남원-여원치-운봉-팔랑치-함양-산청-단성-진주-사천-고성-통영
<역사, 주제가 있는 옛길>
▪ 단종의 유배길 : 왕권을 빼앗긴 어린 왕의 유배길을 따라가는 길로서 서울부터 광나루, 여주 이포를 거쳐 영월의 청령포까지 구간이다.
▪ 정조의 능행로 :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행길로 창덕궁부터 경기도 화성시 태안의 융, 건릉까지 구간이 있다.
▪ 이밖에 동학농민군의 이동로를 따르는 길도 역사와 함께 할 수 있으며 문학, 성지순례 등 각자의 취향에 맞는 주제를 설정하여 경로를 잡으면 좋다.
<해안선 따라 걷기>
해안선 따라 걷기는 동해안이 제격이다. 동해는 두만강의 하구인 잃어버린 섬이기도 한 녹둔도부터 부산의 부산항까지가 한반도의 동해에 속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북녘은 당분간 걸을 수가 없으니 결국, 남쪽의 고성 통일전망대부터 부산항까지 구간인데 거리는 620km 정도 된다.
많은 사람이 동해안을 걸으며 늘 바다만 보고 걷는 낭만적인 풍경을 그리는데, 이는 어떻게 걷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또 그저 찻길만 걷겠다면 이런 환상은 금세 깨질 것이다. 도보여행은 찻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걸음이 닿는 곳이라면 그것이 곧 길이다. 모래, 들, 둑을 걷다가 그 길이 끊겼을 때만 찻길로 이어야 한다.
동해안은 강릉에서 삼척 사이의 암석지역을 제외하고는 사빈 지역이라 뭍과 바다가 맞닿는, 말 그대로 신발 벗고 맨발로 바닷물을 적시며 걸을 수 있는 곳이 많다. 해안선 따라 걷기는 말 그대로 해안을 따라 걷자는 여행이니 이런 구간을 잘 찾는다면 여행의 맛은 배가될 것이다.
▪ 동해안 따라 걷기 : 동해안을 단조롭게 생각하지만 찻길만을 걷는 도보여행 입장이라면 엄청나게 구불거리고 고개도 많다. 다만, 단조로운 해안을 따른다면 대부분 반대쪽으로 나올 수 있다.
경북 동해는 맨발로 해안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구간이 많으나 중간 중간에 해안초소가 있어 걷기에 장애가 되기도 하고 강원 동해는 철조망을 따라 걸어야 하는 것이 아쉬움이다. 동해안 따라 걷기는, 하루 평균 30km를 걷는다면 스무하루 정도의 일정이 필요하다.
▪ 서해안과 남해안 따라 걷기 : 서해는 전형적인 리아스식 해안으로 갯벌을 경험할 수 있어 좋은 구간이지만 많은 해안을 메웠기에 방조제를 따라 걸어야 하는, 해안이 아니라 방조제 따라 걷는 길이기도 하다. 다만, 이곳저곳의 포구를 거쳐 간다면 색다른 경로가 될 수 있다. 남해의 해안선은 어림잡아 2,000km가 넘지만, 경로를 잘 잡으면 바다와 내륙을 함께 즐기며 걸을 수 있다.
<휴전선 따라 걷기>
하루종일 고개만 오르내려야 하는 길이자 통일을 기원하며 걸을 수 있는 씩씩한 도보 경로이다.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부터 김포의 보구곶리까지를 경로로 하거나 강화도까지 연장하여 걸을 수 있다. 비무장지대는 고성전망대부터 오두산전망대까지 이며 김포까지는 ‘자유로’를 걷게 된다.
이 경로는 휴전선, 즉 남방한계선인 철책선을 걷는 것은 아니기에 민간인의 접근이 허용한 길만을 걸어야 하는 민통선 도보여행이다. 따라서 지도를 보고 길을 잡을 때 민통선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하며 백두대간과 수많은 고개를 넘기에 장비와 숙식에 대한 대비도 있어야 한다.
군사분계선은 248km이지만 민통선 경로는 약 500km이고 강화까지 잇는다면 540km 정도 된다. 곱빼기가 넘게 에돌아 걸어야 하는 경로로 하루빨리 없어져야 할 길이기도 하다.
2) 잠자리와 식사는 어떻게 할까?
<야영을 하고 취사를 손수 해결한다면>
도보여행에서 야영과 취사를 하는 것과 밥을 사먹을 때 기본적인 차이가 있다. 야영과 취사의 가장 큰 장점은 경비절감이다. 그러나 경비절감과 아무 곳에서 천막을 칠 수 있다는 것만 빼고는 모든 것이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무게, 화장실, 목욕 등등.
장비 구입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기본적으로 배낭과 천막, 침낭, 휴대용냄비, 버너 등이 있어야 하며 이 장비를 싸게 산다 해도 15만 원은 넘게 드니 한번 쓰고 말 것이라면 구입 자체가 낭비가 될 수 있기에 심사숙고해야 한다.
천막 칠 곳으로 학교 운동장을 이용하면 물과 화장실이 해결되며 마을정자나 회관 앞마당도 훌륭한 야영장소가 된다.
취사는 조리, 설거지에 필요한 물만 있는 곳이라면 문제없다.
<숙박시설을 이용하고 밥을 사먹는다면>
특별한 장비 없이 평소 메고 다니는 배낭으로 충분하며 심지어 수건, 칫솔조차 없어도 된다. 다만, 숙박시설이 있는 곳이 목적지가 될 터이니 잘 곳에 대한 정보는 출발 전에 매일 챙겨야 한다. 잘 곳이 없고 이동할 대중교통도 불편하다면(막차가 일찍 끊기는 경우가 많다.) 예기치 않은 고행을 하여야 한다. 밥을 사먹는다 해도 장비가 있다면 하루 한 끼 정도는 직접 취사를 하는 것도 좋다.
<취사를 탄력적으로 선택한다면>
매번 조리를 하기보다 한 끼 정도는 사먹는 것도 좋다. 아니면 밥집에서 밥과 반찬을 사면 적은 값에 대부분 푸짐하게 담아주고 여기에 라면이나 찌개를 끓여 먹으면 가볍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 물론 가벼운 반찬 통을 준비하여야 하고.
3) 몇 명, 누구와 함께 갈 것인가?
<혼자, 그리고 둘이나 셋>
때론 혼자가 더 편하기도 하지만 도보여행에서는 거의 수도승의 고행 수준이다. 나 홀로 여행을 한번쯤 해볼 요량이라면 몰라도 도보여행은 많은 고통도 뒤따르기에 기댈 수 있는 길동무가 있다면 서로 의지할 수 있어 좋다. 또 혼자냐, 둘이냐, 그 이상이냐에 따라 경비와 챙길 장비 등 모든 것이 달라진다.
▪ 장비의 경우 : 야영을 하기로 했고 천막은 일인용인데 세 명이 떠난다면 2인용 이상의 천막을 따로 구하거나 두 개를 준비해야 한다.
▪ 경비의 경우 : 혼자 여행한다면 숙박비는 깎아서 2만 원 정도이나 셋이 다닌다면 한 사람에 1만 원 이하로 준다. 식사의 경우 찌개백반이 4천 원일 때, 셋이라면 밥 하나만 추가하면 한 사람에 3천 원이 든다. 이렇게 계산한다면 셋일 경우 혼자 다닐 때보다 4할 정도를 줄일 수 있다.
<가족여행 또는 노약자와 함께>
가족여행을 한다면 나이에 따른 세심함이 필요하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도 하루 30km도 소화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감정의 기복이 크니 구간마다 거리, 시간 등을 점검하고 아이의 의지를 확인하며 걸어야 한다.
노인도 청년 못지않게 걸을 수 있으며 얼마 걷지 못한다 해도 가족여행은 충분히 가능하다. 아침에 출발하여 함께 걷다가 체력이 다하면 가족과 떨어져 그날의 목적지로 미리 이동하거나 남는 시간에 주변의 관광지를 둘러본다면 색다른 가족 여행이 될 것이다.
2. 색칠하기
1) 야영과 취사를 하려면 어떤 장비를 구입해야 하나?
야영을 하고 취사를 손수 하기로 했다면 기본적인 장비가 있어야 한다. 장비를 구입할 때는 무게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은데, 배낭의 무게만 3kg이 넘는 것도 있다. 장비의 기본적인 무게에 잡다한 물품과 부식거리, 옷가지를 올리면 무게는 15kg 정도가 되니 도보여행은 무게와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낭은 40ℓ~45ℓ 크기로 주머니가 많은 것을 구입한다.
천막은 가격이 쌀수록 무게는 올라가니 잘 선택해야 한다. 한여름이라면 값싼 야외용 모기장에서 자고 비 오는 날만 민박이나 여관에서 자는 것도 한 방법이다.
휴대용냄비는 인원에 맞는 크기로 구입하고 버너는 가스버너가 무난하다.
장비를 구입할 때 한번 쓰고 말 것인지, 지속적인 여행용으로 장만할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2) 전체와 하루 일정은 어떻게 잡나?
서울부터 부산을 잡는다면 보름이 걸리는 여정이다. 이를 한번에 완주하는 것도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조금씩 나누어 걸으면 된다. 주 5일 근무를 한다면 1박2일씩 끊어 걷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다.
하루 일정을 잡을 때 야영을 한다면 구성원의 나이와 등짐에 따라 하루에 걸을 수 있는 평균거리를 잡고 그날그날 정해진 거리를 걷는 방법으로 일정을 잡는다.
숙박시설을 이용할 경우에는 숙박시설이 있는 곳까지가 하루 일정이 된다. 따라서 그날그날 걷는 거리가 들쑥날쑥할 수도 있다.
3) 숙박시설은 있는가?
도착지에 숙박시설이 있는지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다. 민박이 많은 동해안이나 유명 관광지가 아닌 곳은 읍이라도 여관이 없는 곳이 많다. 특히 24시간 운영하는 찜질방을 이용하고자 한다면, 문 닫은 곳도 많기에 꼭 확인을 하고 찾아가야 한다.
4) 경비는 얼마가 들까?
야영과 취사를 한다면 한 사람의 경비는 하루 5천 원도 가능하다. 숙박시설과 밥을 사먹는다면 숙박비, 밥값, 참을 더한다. 물론 모든 것은 쓰기 나름.
5) 체력훈련은 해야 할까?
훈련을 한다면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도보여행은 폭발적인 체력보다 지구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체력훈련보다는 신발과 발의 조화 여부와 근육통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적절한 걷기는 필요하다. 출발 전에 20km 정도를 한두 번 걸어본다면 도움이 된다.
6) 사전답사는?
자신이 걸을 길을 미리 답사까지 한다면 아주 훌륭한 여행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열 명 스무 명을 이끌며 무리지어 가는 여행이라면 몰라도 사전답사까지 한다는 것은 무리이다. 그러나 지나는 지역의 정보를 충분히 얻고 지도답사만큼은 철저히 해두는 것이 좋다.
7) 하루에 얼마나 걸을 수 있나?
남자와 여자, 그리고 나이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도보여행을 하겠다는 의지라면 남녀노소가 문제되지 않는다.
해가 긴 여름에는 아침 6시에 출발하여 저녁 7시 도착으로 한다면 30km 안팎으로 잡고, 겨울에는 아침 7시 출발, 저녁 5시 도착으로 하여 25km 정도를 예정하며 그때의 상황에 따른다.
초등학생이나 고령자도 30km는 너끈하지만 20~25km로 시작하였다가 점차 늘려가는 것이 좋다. 다만, 도보여행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이의 경우 그들만의 재미가 있어야 한다. 이럴 경우 비슷한 또래와 함께 걸으면 좋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노래나 길에서 나눌 이야깃거리, 놀이 등을 충분히 준비해 둔다. 청년의 경우 하루 30km는 무난하며 등짐이 있다면 무게와 반비례한다고 보면 된다. 처음 걷는 사람도 한고비만 넘기면 속도가 붙기 시작하는데, 등짐이 전혀 없다면 하루에 40km 이상도 걸을 수 있다.
8) 물집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도보여행에 가장 큰 적이 물집이다. 물집은 누구나 생기게 마련이지만 정도가 심하면 여행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물집이 생기는 이유는 발과 걷는 자세, 신발에 문제가 있거나 신발과 발바닥 사이가 벌어져 마찰을 많이 받아 생기니 처음부터 끈 조절을 잘 해주어야 한다.
일단 물집이 생기면 눌러서 아프지 않을 때 물을 빼주어 치료를 하고 살갗이 벗겨져도 절대 떼어내지 말고 되 덮어 붕대를 감아주거나 두꺼운 양말을 신고 끈을 조여 준다. 또 한번 생긴 물집은 계속되니 곧바로 원인을 찾아야 하는데 신발끈 조절을 못 해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처음 걷기 때문에, 발바닥이 약해서라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9) 지도는 있어야 하나?
지도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항해사 없이 떠도는 유람선이라고 할까? 지도에 대한 어이없던 경험을 소개한다.
처음 해안선을 따라 걷고자 서해의 태안반도로 갔다. 구간은 만리포부터 학암포를 거쳐 삼길포까지 해안을 따라서. 지도에 표시된 유일한(?) 길을 따라 만리포를 출발하여 태안-서산-대산을 거쳐 당진의 삼길포에 닿았다. 그런데 해안을 따라 걷겠다는 걸음은 출발과 도착지인 만리포와 삼길포 말고는 바다를 볼 수 없었다. 이때 들고 간 지도가 자동차에 있던 몇 년 묵은 1:30만 도로지도. 지도에는 해안에 가장 가까운 길이었지만 결국, 태안반도의 내륙을 걸은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웃을 일이다.
도보여행에서 지도는 필수이며 정밀할수록 행복한 걸음을 이을 수 있다.
동해안을 따라 걸을 때도 길이 단조롭다는 생각 탓에 지도를 생략해 버리는 경우도 많은데 최소한 1:10만 도로지도는 필요하며 내륙을 걸을 때 1:5만 지형도를 준비한다면 최고의 여행을 보장받을 수 있다.
길을 찾아 걸어야 하는 옛길은 좁은 골목까지 표시되어 있는 세밀한 지형도가 필수이다. 영남대로의 경우 물금에서 밀양까지 36km를 걷는데 전 구간을 찻길이 아닌 낙동강, 밀양강, 들, 기찻길, 마을길만 걸었으니 정밀한 지형도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1:10만 일반도로지도책은 책방에서 2만 원, 1:5만 지형도는 5만 원 정도에 판매하고 있는데, 문제는 지도 구입비가 만만치 않으니 고민이 될 터이다. 그러나 짧은 일정이 아니라면 1:5만 지형도를 권한다.
지도를 구하는 다른 방법으로 인터넷의 지도사이트에서 필요 구간을 받아 인쇄할 수 있으나 시간과 품이 들고 새로 놓인 길이 제대로 나타나있지 않은 것이 흠이다.
어떻게든 경로의 큰 줄기를 잡았다면 지도를 보고 길을 선택할 때 찻길을 중심으로 경로를 잡을 수밖에 없다. 일반도로지도를 보면 빨간 줄은 국도, 초록 줄은 지방도, 노란 줄은 군도를 말하는 길로서 가능한 빨강, 초록 줄은 배제하고 노란 줄이나 흙길을 뜻하는 하얀 줄을 찾는다.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도로지도에는 ‘찻길’만 표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마을, 들, 둑, 숲길 등은 나타나 있지 않아 길이 없거나 마치 끊긴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의심 가는 곳은 인터넷 지도사이트에서 확인해 보면 경로 잡기에 큰 도움이 된다.
10) 찻길은 어떻게 걸어야 할까?
찻길을 걸어 수밖에 없을 때 큰 장애가 자동차이다. 찻길을 걷는 요령은 자동차와 마주보며 걷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고개의 굽이에서는 이런 진행이 불리할 수도 있으니 상황에 따라 나의 존재를 충분히 알릴 수 있거나, 다가오는 자동차를 먼저 발견하기 좋은 방향으로 걸어야 한다. 또 찻길은 어스름해 질 무렵인 저녁 시간대가 가장 위험하니 야광테이프, 전등, 라이터 등으로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며 걸어야 한다. 찻길을 걷는 데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임은 불문가지.
짐 꾸리기
짐 꾸리기는 혼자냐 둘이냐, 잠자리와 취사 방법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
1. 잠은 식사는 어떻게 할 것인가?
2. 혼자인가, 둘인가, 아니면 그 이상인가?
3. 장비는 한번 쓰고 말 것인지 아니면 계속 사용할 것인지를 먼저 정하여야 한다.
보따리 관련
배낭 용량은 40ℓ 이상으로 주머니가 많은 것을 구입하되 무게에 주의. 야영이 아니라면 학생용 가방으로 충분하다.
덮개 비가 올 때 필요하며 배낭 크기보다 한 치수 높은 것을 구입. 없을 때는 배낭 안에 큰 비닐주머니를 한 겹 넣는 것도 방법이다.
허리가방(또는 어깨, 사진기 가방 등)
배낭자물쇠 혼자 다닌다면 필요할지도.
잠자리 관련
천막(텐트) 무게를 고려하여 구입. 장비 중 덮개(플라이)가 차지하는 무게가 1kg 정도인데 비가 안 온다면 헛 짐을 지는 꼴이 된다. 이에 가구점에서 침대 덮개 비닐을 얻어 다니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여름철에는 야외용 모기장과 이슬을 덮어줄 비닐만으로도 가능하며 비 올 때만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매트리스 모랫바닥에서도 필요하며 일반적인 값싼 에어매트리스면 충분하다.
침낭 여름철이라도 침낭은 필요하며 부피가 작은 것을 구입한다.
베개 풍선처럼 불어 만드는 비닐 베개가 있다.
먹을거리 관련
버너 가스버너면 충분하다.
코펠 인원에 맞는 용량으로 구입한다.
물주머니 야외용 주름물주머니나 500ml 정도의 물주머니 몇 개.
양념류 찌개 등을 할 때 양념은 필수이나 모든 양념을 지니고 다니는 것도 쉽지 않다. 다진 양념을 만들어 조그만 통에 담고 다니면 좋다.
설거지용품 약간의 물과 행주로만 해결한다.
비상식량(행동식) 찬물에도 불려 먹을 수 있는 누룽지나 라면이 좋으며 일정량의 먹을 것을 넣어 다니는 것은 필수이다.
비옷 눈에 잘 띄는 색으로 배낭까지 함께 덮을 수 있는 것과 값싼 일회용 두 가지를 준비한다.
어두울 때
손전등 한번 쓸 경우라면 값싼 손전등도 무난하다.
발광등 밤길을 걷게 될 때 필요하며 빛을 내거나 반사시키는 것이면 무엇이든 좋다.
건전지 한번 교환할 예비용 건전지. 놓치기 쉬운 품목이다.
옷가지와 신발
옷, 양말, 속옷 양말은 두꺼운 것으로 하되 수풀을 지날 때도 있기에 목이 긴 등산용이나 발 토시를 준비한다. 속옷은 사타구니가 쓸리지 않을 제품을 준비한다.
장기간의 여행이라도 많은 옷과, 양말을 준비하기보다는 빨래를 하며 돌려 입거나 택배로 보내고 새로 구입하는 방법이 있다.
방풍복(긴 팔 옷) 기온 차이가 나는 계절에 필요하며 한여름이라도 긴 팔, 긴 바지는 넣어 다니는 것이 좋다.
신발 도보여행에 가장 중요한 것이 신발이다. 신발 고르기에 경험이 없거나 자신이 없다면 전문매장을 들러 밑창이 높고, 안창이 푹신한 것으로 구입한다.
필수 같은 선택, 선택 같은 필수품
의약품 물이 설어 생길 수 있는 배알이 약과, 벌레나 풀독에 대비한 암모니아수와 물파스, 1회용밴드와 압박붕대, 피부용품 정도면 될 듯하다. 야영할 때 모기약은 필수. 또 다리 마사지용 연고도.
비닐봉투 따로 준비하기보단 모든 물품을 비닐봉투에 담는다.
물휴지 야영할 때 특히 필요하다.
손수건 등산용 넓적한 손수건. 손수건은 머리쓰개나 찻길을 걸을 때 신호용으로도 쓰인다.
출처 : 블로거 맛있게 살기 황안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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