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이 계시던 곳을 찾아 보려는 마음이 갑자기 생겼다. 자신을 철두철미하게 단속하여 소나무처럼 살다가 가신 님의 흔적을 보고 싶었다.
햇살이 서쪽 산 허리를 지날 즈음 송광사 입구에 도착했다. 송광사 9선사를 모시는 사당 왼편으로 편백나무 숲길이 반들거렸다. '불일암 가는 길' 이라는 표시목을 보고 걸어가니 작은 소나무길도 나오고, 옆으로 산죽이 빽빽한 길도 나오다, 어느새 돌계단 위로 참대나무 숲 사이로 길이 뚫여져 있다.
참대나무 숲 아래 이끼낀 나무계단을 잠시 걸어가면 훤하게 나타나는 저편 언덕에 작은 나무대문이 가로 막는다. 느낌으로 이곳이 바로 불일암 입구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또 다른 모습으로 구분하여 보았다. 바로 오르기전의 대나무는 참대나무 숲인데 반하여 불일암 입구부터는 참대나무보다 더 약하고 굵기도 작은 시리대 숲이다. 산죽보다는 더 크고 참대나무 보다는 작은 시리대는 어릴때 포구나무 씨로 시리대 구멍에 넣고 공기를 이용하여 쏘는 놀이기구를 만든 기억이 난다.
시리대 숲속 황토길을 조금 가니 불일암 마당이 보인다. 바로 보이는 건 스님이 사용하던 우물이다. 우물을 돌아나와 오른편으로 뒷간이 대나무 숲에 가려져 있다. 그것도 모자라서 돌담과 담쟁이로 구분하여 길을 만들었다.
하늘색 물감으로 '청산에 살어리랏다' 를 목판에 음각으로 새겨 걸어 놓고 마당 옆에 땔나무를 정갈하게 차곡차곡 쌓아 놓았다. 그러나 불일암 아래로 스님이 손수 재배하고 가꾼 텃밭도, 농기구를 넣어 두었던 창고도, 계절의 탓인지 황량하다.
앉아서 묵상하던 의자 옆에는 흔한 막대기 하나 서 있고 불일암 유리창 앞에는 흰고무신이 스님이 계심을 상징적으로 말해 주었다. 그렇다, 불일암 유리창 안에 스님의 영정이 모셔져 있었다.
합장하여 님의 명복을 빌고, 생시 님께서 기도 하시던 탑전에 갔다. 탑전에 있던 탑과 주변을 둘러 쌓고 있는 돌, 나무 그리고 모두가 숙연했다.
불일암을 가려면 먼저 송광사 표지석에서
나무길을 따라 올라 가서
송광사 9선사 사당 왼편 길
편백나무 숲길로 걸어
작은 소나무 숲 사이로 만들어진 돌계단을 지나
산죽을 지나 참대나무 숲으로 가파른 돌 계단이 나온다
참대숲 아래 이끼 낀 나무 계단을 지나면
보기도 정결한 대나무 숲으로 걸어간다
마침내 저 쪽 하늘이 보이고
왼편으로 나무로 만든 작은 대문을 만난다
대문에서 불일암 들어가는 길 옆에는 참대나무가 아닌 시리대 숲이 반긴다
불일암 마당에 들어서자 바로 보이는 건 작은 세로길
길 아래 스님이 사용했던 우물이 보인다
돌아나와 오른편으로 오동나무와 대나무 숲 사이에 뒷간이 외롭다
우물에서 불일암의 가는 길 옆 돌담 기와가 가르키는 길은 뻔하다
이끼긴 돌담위로 담쟁이가 지나간 흔적이 보이고
살어리 살어리 랏다 청산에 살어리 랏다 멀위랑 ㄷ,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 랏다
겨울 땔감을 이렇게 정갈하게 준비하셨지요
]
왠지 당당하던 불일암도 쓸쓸해 보인다
스님이 손수 재배하고 가꾼 텃밭도 황량하고
앉아서 명상하시던 의자 옆에는 흔한 막대기가
불일암이란 표시가 뚜렷한 유리창 암자에 흰고무신은
스님이 계심을 말한다 (유리창 안으로 스닝의 영정이 있다)
아궁이의 연기는 이렇게 예쁜 항아리로 나가게 하고
바로 위 언덕에는 스님이 기도하시던 탑길이 보이고
스님이 기도하던 탑과
주변의 나무, 그리고 돌 모두가 숙연하다
스님이의 손길이 있었던 곳
스님의 발길이 머문 곳도
한갖 찰나일뿐 이끼 붙은 사목처럼 지나갈뿐
불일암은 송광사 소속임을 강조한 표지판인지, 내려가는 길을 안내하는 건지 모를듯한
다시 정갈한 대나무 숲길, 오른편 대나무 가이드라인이 정성스럽다
아주 미약한 불일암 표시목이 있었으나 많은 사람이 찾아가자 다시 임시로 표시목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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