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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시

라일락이 전하는 말

by 매화연가 2007. 4. 21.

라일락이 전하는 말

 

 시/황여정


뒷 뜰 담장 옆
빛도 잘 들지 않아
볼품없이 자라는 라일락나무에
겨우내 앓던 열병이 터지며 푸른 숨 내쉬고  
가지마다  하얀 별 무더기로 내려앉았다.

꽃이 된 별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하얗게 웃으며 향을 쏟아내고
사람들은 하나 둘 나무 밑으로 모여들어
여린잎새 맑은 빛  피어나는  꽃잎에  눈길을 주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이
우리의 가장 섣부른 잣대임에도
시시때때로 겉포장에 마음을  빼앗기고
드러나지 않고 숨어있는 아름다움 외면하는데

이 봄
외진 뜨락에
홀로 피어 아름다운 라일락이
향기로운  마음 하나 심어두고 키워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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