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이 전하는 말
시/황여정
뒷 뜰 담장 옆
빛도 잘 들지 않아
볼품없이 자라는 라일락나무에
겨우내 앓던 열병이 터지며 푸른 숨 내쉬고
가지마다 하얀 별 무더기로 내려앉았다.
꽃이 된 별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하얗게 웃으며 향을 쏟아내고
사람들은 하나 둘 나무 밑으로 모여들어
여린잎새 맑은 빛 피어나는 꽃잎에 눈길을 주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이
우리의 가장 섣부른 잣대임에도
시시때때로 겉포장에 마음을 빼앗기고
드러나지 않고 숨어있는 아름다움 외면하는데
이 봄
외진 뜨락에
홀로 피어 아름다운 라일락이
향기로운 마음 하나 심어두고 키워보란다.
'발자국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강물처럼 흐른다면/황여정 (0) | 2007.08.09 |
---|---|
용광로 (0) | 2007.05.24 |
내게 오는 모든 소중함이여 (0) | 2007.04.04 |
사랑을 한다는 것은 (0) | 2007.03.26 |
널 바라보면 (0) | 2007.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