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3.27. 7:50 동천역
거문도는 멀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대구에서 가도 서울에서 가도 여수까지 4시간을 가서 다시 뱃길로 2시간 넘게 가야 하는 길이다. 백도를 보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 왔지만 이렇게 먼 길을 오기는 쉽지 않다. 여수에 도착해서 애양원을 잠시 둘러보고 2시 배를 탔다. 거문도까지 가는 배는 차를 싣고 가는 배와 사람만 싣고 가는 배로 나뉜다. 우리는 차를 싣지 않고 사람만 타고 가는 쾌속선을 타고 갔다. 배표에 좌석번호가 있었지만 좌석번호대로 앉는 사람은 없다. 먼저 앉으면 내 자리가 된다. 여행에서 날씨가 주는 의미는 여행의 재미를 더하기도 하고 힘들게 하기도 한다. 특히 뱃길을 가는 데 있어서 날씨는 정말 큰 영향을 미친다. 오늘은 물결이 비단결이다. 2시간 30분 동안 잔잔한 바다를 미끄러지듯 경쾌하게 나아갔다. 1시간 동안 배는 큰 바다로 나가지 않고 계속 섬과 섬을 이어가며 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망망대해를 1시간 동안 운행해 나갔다. 거문도는 여수반도에서 동남쪽으로 114.7Km 떨어진 남해안 최첨단 섬으로 서도, 동도, 고도 3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변 수심이 깊어서 대형선박을 수용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가졌다. 1885년에는 거문도를 점령한 영국군이 영국국기를 게양하기도 했으나 영. 러 협상에 의해 1887년 2월에 영국군은 완전 철수를 했다. 거문도는 삼도, 삼산도, 거마도등으로 불리어졌으나 중국 청나라 제독 정여창이 거문도를 방문하였을때 이 섬에 학문이 뛰어난 사람이 많은 것을 보고 문장가들이 많다는 의미인 거문巨門으로 개칭하도록 우리나라에 권유하여 그때부터 거문도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동도, 서도, 고도의 세 섬 중에서 고도는 면적은 가장 작지만 섬의 중심지로 상가와 숙박 시설이 많다.
숙소에 들러서 짐을 풀고 고도에 있는 영국군 묘지로 갔다. 묘지로 가는 길은 언덕배기를 지나서 산길로 이어졌다. 곳곳에 쑥을 키우는 밭이 있어서 섬쑥은 섬에서 자란 자연쑥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군 묘지로 가는 길 전망대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오래되고 낡은 것과 그 틈을 비집고 올라오는 생명들
1885년 거문도에 머문 영국군인중에 5명의 전사자가 있었고 그중 3명의 시신은 영국으로 돌아갔으나 고향으로 돋아가지 못한 2명의 묘지가 쓸쓸한 이국땅에 남아있다.
해안가에는 상가를 중심으로 새 건축물들이 들어서 있고 비탈진 골목길로 접어들면 오래된 주택들이 골목을 마주 보고 옹기종기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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