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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시

미안하다/3

by 매화연가 2021. 2. 11.

미안하다

황여정

 

물 빠진 순천만 갈대숲에서

뒤뚱거리는 짱뚱어를 본다

온몸을 진흙에 맡긴 채

구멍 속으로 들락거리며

술래잡기를 한다

 

뻘 속에서

뻘을 닦아내려

뻘밭을 기어 다닌 날들

 

좀처럼 열리지 않는 문짝은

너무 완강하거나

이미 녹슬어

상처를 남겼지

 

긴 시간들이

순천만 노을에 젖어든다

 

짱뚱어 같기도 했던가

갈대꽃 스치는 바람이기도 했던가

그때는 정오쯤이기도 했던가

그래, 지금은

미안하다

 

2015. 10. 7. 12: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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