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시킨의 결투 그의 아내 나탈리아
가을 숲에서
황여정
한 무리의 바람 같은
시간들이 지났습니다
초록을 꿈꾸던 나의 노래
내 생의 한 여름도 계절을 바꾸었습니다
우리는 무슨 말을 나누며 저 강을 건너왔는지
나무들의 이야기가 조그조근 들려오는
가을 숲에 귀를 기울입니다
해저문 시간들이 숲에 내리는 날,
오늘 같은 날이 오면
한 움큼 쏟아지는 노을빛 언어
단풍처럼 물이든 너와 나의 마음이 만나다니
가지처럼 서로의 어깨를 껴안으며
아
우리가 함께 어울린 가을 숲이 되다니
당신의 숨겨둔 언어가
환하게 드러나는
이 저녁을 사랑합니다.
2019.7.4.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