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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작시

가을 숲에서

by 매화연가 2019. 7. 4.


 

푸시킨의 결투                                                            그의 아내 나탈리아




가을 숲에서

 

황여정

 

한 무리의 바람 같은

시간들이 지났습니다

초록을 꿈꾸던 나의 노래

내 생의 한 여름도 계절을 바꾸었습니다

 

우리는 무슨 말을 나누며 저 강을 건너왔는지

나무들의 이야기가 조그조근 들려오는

가을 숲에 귀를 기울입니다

해저문 시간들이 숲에 내리는 날,

오늘 같은 날이 오면

한 움큼 쏟아지는 노을빛 언어

 

단풍처럼 물이든 너와 나의 마음이 만나다니

가지처럼 서로의 어깨를 껴안으며

우리가 함께 어울린 가을 숲이 되다니

당신의 숨겨둔 언어가

환하게 드러나는

이 저녁을 사랑합니다.

 

 

2019.7.4.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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