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4.2.
선암사 1박 2일 탬플스테이 떠나는 날이다.
선암매를 만나 사람들이 떠난 시간에 호젓이
매향을 즐기겠다는 욕심이다.
작년에 갔던 그 날의 야윈 만남을 생각하면
참 아쉽고 허전해서 올해는 정말 적기를 잘 선택했다
생각하고 부지런히 길을 나섰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길은 한적하고
이른 여름같은 날씨는 덥고 졸음이 왔다.
매화꽃 찾아나선 길에 벚꽃이 봄햇살보다 더 환하다니...
지난 겨울 추위에 웅크리고 있던 꽃들이 한꺼번에 다 피어나고 있다.
가는 길에 화엄사에 들렸다 가면 선암사 도착 시간도
5시 이전이라 알맞을 것 같았다 .
이 번에는 화엄사 야매를 보리라는 야무진 결심과 함께...
사람사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더니
오늘 이리도 만개한 벚꽃을 만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화엄사 절마당에서 만개한 벚꽃을 만난다는 건 예정에 없던 일이지만
덤으로 주어진 꽃 선물에 서정주님의 시 '밀어'가 생각난다
순이야, 영이야, 또 돌아간 남아.
저, 가슴같이 따뜻한 삼월의 하눌ㅅ가에
인제 바로 숨 쉬는 꽃봉오리ㄹ 보아라 인제 바로 숨 쉬는 꽃봉오리ㄹ 보아라 시가 생각난다.
화엄사에 동백이 이리도 많이 있다니...
꽃들은 늘 그렇다. 꽃이 피기 전에는 그 곳에 꽃나무가 있다는 것을 모른다.
화엄사에 여러 번 왔지만 아마도 오늘처럼 동백이 만개한 때를 만나지 못했음이다.
한낮의 햇살에 푸른 잎은 기름이 흘러 눈이 부시고 잎새 뒤에서 조근조근 귓속말을 속삭이는 동백의 고운 입술이 너무도 사랑스럽다.
저 먼빛에 가슴이 쿵쾅거렸다. 아니 흑매가 아직...
그러나 아직은 이미였다. 이미 반은 져 버린 꽃.
언제나 내년에는 다시 오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자리를 떠났다.
사람들은 잘 모른다. 나도 역시 오랜동안 몰랐다.
원통전 앞의 홍매를 천연기념물인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화엄사 매화는 길상암 앞에 있는 야생매화이다.
내심 깊은 골에 있으니 아마도 다른 꽃보다 늦게 필것이고
지금 쯤 활짝 핀 화엄사 매화를 만날 수 있는 행운이 와 줄거란 생각에 부풀어 있었다.
구층암에서 친절하게 길상암 가는 길이 안내되어 있어서 더 이상 헤매지 않고 찾아갈 수 있었으나
어디에도 매화향이나 떨어진 매화꽃 잎조차 볼 수 없었다.
산수유 동백 벚꽃이 길상암을 안고 봄빛에 가뭇거린다.
산속 암자에서 얼마나 사람이 그리우면 저리도 제 몸을 껴안고 살아갈까?
동백나무 두 팔에 그리움이 저려 온다
나무 마다 새순을 터뜨리고 꽃을 피우는 눈부신 봄날이지만
해마다 매화 안부를 묻는 나의 발걸음은 또 다른 날을 기약하며
애태우는 봄날이다.
그 환한 기억하나 지우지 못해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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