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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가곡

우도봉의 바람/황여정

by 매화연가 2016. 2. 3.

우도봉의 바람


황여정


우우우 바람의 축제다

바람바람바람


성산포 앞바다 일출봉을 건너온 바람이

우도봉을 휘돌아 춤을추네 춤을추네

키낮은 꽃들과 입맞춤을 하며

억새풀을 안고 넘실넘실 춤을추네


우도봉을 오르는 겨울나그네 우우우

시린하늘 찬바람에 옷깃을 다잡는데

언덕배기 억새풀 온몸을 낮추고 바람을 타네

아아 선율처럼 흐르는 풀들의 마음


우우우우 우우우우 우우 우우

피할 수는 없어 피할 수는 없어 바람바람바람

가슴을 열고 손에 손잡고 즐겨라 바람바람바람

우우우우 우우우우 우우 우우

부질없던 마음들 저 하늘에 날리고

푸른 날을 노래하며 푸른 꿈을 노래하며 훨 훨 훨


어느 해  겨울 

제주도 우도를 찾았다

우도봉을 오르는데 바람이 아주 세게 불었다.

일출봉에서 바람이 전력질주로

바다를 건너 우도로 달려오는 듯 했다

비탈진 언덕에 마른 억새풀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바람을 안고 바람의 흐름을  즐기는 몸짓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아!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이것이구나

움츠린 몸을 펴고 바로섰다 

가슴이 뻥 뚤렸다

시원했다


삼다의 제주에서 만난 바람이

내게 주는 가르침을 노래하고 싶다 

 

  2015.12.22.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