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4
오랫 동안 별르던 유선관을 찾아나섰다.
구활 선생님의 스노콘서트를 떠올렸으나 눈길을 운전할 용기는 없어 그냥 날 잡았다.
*스노 콘서트: 유선관에서 자던 날 밤에 밖에 나가보니 온 천지가 눈에 덮여 하얗게 눈에 젖어있던 밤 풍경을 말함
겨울, 그 한적한 여행길에서 만나는 햇빛과 나목과 쓸쓸함을 즐기리라.
날은 따뜻하고 맑았다. 저녁 시간이 6시라 정해진 시간에 유선관에 들어오지 못하면 밥을 줄수 없다는 말.
얼마나 달렸던가? 무려 400km를 3시간 좀 넘게 걸렸으니....
5시에 도착해서 바라본 유선관은 겨울을 그대로 품고있었다. 주변은 조용했고 간간이 등산객들이 하산하는 모습이 보일 뿐 조용했다. 정말로
사람이 너무 없어도 적막하고 너무 붐벼도 시끄러운데 그 간격을 잘 메꾸어주는 그런 겨울풍경이다.
지붕위로 저녁 연기가 오르고 대문에는 불이 켜지고 사방은 어둠이 안개처럼 내리기 시작한다.
얼마나 가슴 뛰는 풍경인가? 하루를 접는 이 시간이.
어둠에 젖은 밝은 날의 빛들은 지나간 하루를 안고 어둠속에서 실타래처럼 시간을 풀어내며 생각의 그네를 탈 것이다.
함께하지 못한 시간을 아쉬워하며 멀리멀리 내 안부를 알리기도 하는 시각들.
유선관은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진 시간을 찾게 하는 그런 장소가 아닌가?
대흥사로 들어가는 십리 숲길. 고요를 안고 겨울속에 서 있다.
시린 밤 하늘에 떠 있는 초승달의 아름다움을 담아내지 못하는 내 무능이 내내 안타깝다.
밝은 전등불이 이미지를 제대로 드러나지 못하게 해서..... 사진으로 보는 느낌은 그저그렇지만 실제로 보는 겨울 밤 하늘의 초승달은 무결점의 조각품 하나
이번에 처음 본 대흥사의 연리근
윤장대의 아름다운 꽃무늬
초의 선사가 기거하던 일지암으로 갔다. 중간에 길 안내판이 없어 이길 저길에서 망서렸다. 동상이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산길을 올라가니 조그만 초가가 보였다. 차인들이 보수를 해서 세웠다고는 하나 사람들의 발길도 뜸하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도 거의 보이지 않아 한적하다 못해 무서웠다.
정오의 햇살이 마른가지에 내려 놀고있다. 사진은 사물과 때가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낀다. 이른 아침이라면 이 나무들 풍경이 이렇게 건조하진 않을텐데......
풍경이 주는 이미지에 전혀 감정이 없네ㅎㅎㅎ
대흥사내에 있는 오래된 나무 한그루. 그 가지가 자세히 보니 용의 형상을 하고 있네. 한마리 용이 물을 털어내며 하늘로 솟구치는 듯한 이 풍경. 잎 떨어진 후에나 볼 수 있는 모습아닐까? 나무에 잎이 무성해 지면 가려지고 말 진면목. 우리의 생각도 사념이 많으면 진면목이 보이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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