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즐거움 /내가 좋아하는 시

웃음이 파인다/장옥관

by 매화연가 2013. 7. 14.

 

 

 

 

 

  

 

 

     웃음이 파인다

 

 

 장옥관

 

 

 

 

 천장에 보조개가 파인다 소금쟁이 물 위를 달리듯 빗방울이 못물을 두드리듯, 이럴 때 발걸음은 웃음이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건반처럼 웃음이 몰려다닌다 설을 쇠러 온 모양이다 물수제비뜨듯 뛰어가는 파문, 검은 개흙의 오후를 흔들어놓는다 일렁이는 호수를 이고 앉아 발뒤꿈치에 묻은 웃음의 탄력을 만진다 늙은 아내 혼자 전을 부치고 피아노처럼 시커멓게 웅크려 앉아 발톱을 깎는다 몰려다닐 웃음은 여기에 없고 월부로 들여놓았던 영창 피아노는 뚜껑 열리지 않은 지 이미 오래, 레이스 덮개 위에 얹힌 보조개가 희미하다 다시 한바탕 소나기, 천장에 웃음이 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