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은 얼굴보다 마음에 주름살이 간 사람이다.
때로는 두 번째 아이라는 비유도 있지만 기억의 무게를 견디는 일이 쉽지 않는 세대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60대가 되면 '제3세대'라 부른다. 노년이란 어두운 이미지를 피하고 한세대를 산뜻하게 다시 시작하라는 의미다. 미국도 우리말의 어르신쯤의 의미가 되는 'Senior citizen'이라 부르거나 아직도 청춘이란 뜻의 'Golden age'라며 추겨 세우기도 한다.
재미난 호칭은 알프스의 나라 스위스에서 듣는다. 눈 속에 사는 사람들은 60세 이후의 노인을 '빨간 스웨터'라 부른다. 회갑에 장수를 기원하는 뜻으로 가족들이 손수 짠 빨간 스웨터를 선물하는 관례에서 생긴 호칭이라 한다. 정력적인 색깔처럼 생기가 솟아나라는 뜻이다.
중국 늙은이들의 호칭은 더욱 다양하다. 나이 들어 머리가 희끗희끗해지면 잘, 잘못을 깨우치는 연배라 하여 지비(知非)라 한다. 세상살이에 귀가 뜨인다는 이순(耳順)이 그렇고, 집에 앉아 있어도 손가락질하는 것을 안다고 해서 지사(指使)라고도 불렀다.
하늘의 뜻을 알만한 나이라는 지천명(知天命)도 있고 일흔이 되면 생각나는 대로 행동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공자의 절대경지, 종심(從心)에 이른다.
바야흐로 세상은 노인시대로 치닫고 있다. 이른바 100세 시대가 현실이 되었다. 2010년 우리나라 인구조사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542만 명으로 5년 사이에 24% 급증했다고 한다.
한국역사상 노인인구 비율이 11.3%로 처음으로 두 자리 숫자를 기록했다. 급속도로 '고령사회(14%~20%)'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2010년 기준으로 전체가구 중에서 노인부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39%로 늘어나고 10년 전에 비해 황혼이혼도 4배로 증가했다.
하루 세끼 꼬박 챙겨먹는 삼식이(?)가 늘어나면서 늙은 아내는 심기가 불편하다.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고 사느냐 마느냐로 '황혼전쟁'중이라 한다.
노년이 되면 남녀는 호르몬 분비가 달라지며 성차별을 역전 시킨다. 여자는 싸움닭이 되고 남자는 그대 앞에만 서면 카가 작아진다. 중후하던 권위도, 경제권도 잃어버린 노인은 고장 난 LP판처럼 '아~옛날이여'로 목이 멘다.
그러나 만사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역지사지로 상대의 마음을 쓰다듬으며 살다보면 노부부도 행복해질 수 있다.
또한 노인은 나이가 들어서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을 버리기 때문에 늙는다는 말도 있다. 여든을 넘어서도 소포클레스는 불후의 명작 오이디푸스를 썼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일흔이 넘어서 후지 산 정상에 올랐다.
화려한 감성과 영혼이 늙지 않는 경우이다.
부부는 평생을 살아도 모르는 사이라고 한다. 우선 가부장적인 태도를 버리고 인간관계의 유연성을 몸에 익혀야 한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소통능력도 필수적이다.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도 얻어야 한다.
이모작 인생을 위한 문화적인 각본을 새로 써야 한다.
소포클레스도, 카터도 되어 볼 일이다. 또한 부부는 서로 닮는다고 한다. 감사한 마음으로 살다보면 삼식이 무기력이 무지개로 바뀔 것이다.잉꼬부부로 80년을 해로한 노부부에게 비결을 묻자 딱 한마디라 했다. 'Honey, You're 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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