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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여행

무장산

by 매화연가 2011. 11. 13.

 

 

 

 

아침 7시50분에 집에서 출발해서 경주 시외버스 터미널 들려서 포항에서 오는 친구를 태우고 무장산 입구로 갔다. 워낙 억새로 소문이나서 가을이면 주차하기가 힘들다는 소리에 미리 겁을 먹었으나 암곡 주차장에 도착하니 9시30분경이었고 마침 한 두대의 주차공간이남아있다고 해서  주차공간에 대한 우려는 일단 사라졌다. .

하마 2년 전부터 억새우거진 무장산을 오르겠다고 벼르던 곳인데 이제사 인연이 닿아 오게되었다.

아니 불교적으로 인연이 닿았다기 보다 마음속에 들었던 생각의 씨앗이 발아한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낫겠다. 아직 덜 개발된 관광지이기에 주차장이라든지 들어가는 도로 사정 이라던지 모든게 조금 어설프겠거니 생각했는데 들어가는 입구의 길도 생각보다 단정하고 중간중간에 주차요원이 있어 도로변에 무질서한 주차도 없고 화장실도 갖추어져있고 아무튼 생각보다 잘 정돈된 곳이었다.

단풍도 억새도 이미 사라진 골짜기이지만 사람들은 끊이지 않고 계속 오르고 있었다. 참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을 오르다 보면 가장 정이 가는 산은 올라가는 동안 계곡 물소리와 함께 올라가는 산인데  무장산도 산중턱까지 골짜기에 물이 흐르고 있었다. 물소리가 아름다운 산이다. 무장봉으로 가는 중간에 무장사지와 무장사지 삼층석탑이있는곳에 들렀다. 원래 절터는 터만 남아있겠거니 생각은 했지만 가시덤불과 나무등걸만 무성하게  남아 전혀 관리되지 않는 절터임을 느꼈다. 그 절터에서 아래로 한발짝 내려 서면서 눈을 돌리니 아! 정말 단아한 삼층석탑이 사립문으로 손님을 맞이하듯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저토록 맑은 기상은 어디서 오는 것이며 저토록 친근한 눈길은 어째서인가?

아는 사람, 그것도 맑고 소박한  성품을 지녔으되 해박한 지식을 겸비한 선비의  자태이며 때묻지 않은 신선함을 지닌 가진 눈매로 나를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맑은 향을 지닌 사람과도 같은  저 자태를 오늘 만나다니 낡고 지친 내영혼에 신선한 기운으로 힘을 돋군다.

다시 한번 더 들리리라 마음을 다지고 아쉽게 삼층석탑을 떠나 무장봉을 향해갔다. 목장터라 길은 트래킹코스처럼 아주 편했으며 억새군락지는 생각보다 넓지 않았다. 억새 우거진 산은 어디든지 자리만 잡으면 그늘속에서 편하게 앉아 점심을 먹을 수 있는것이 좋다. 미리 다른 사람들이 편하게 터 닦아놓은  자리에 앉아 점심을 먹고 구름 한 자락 햇볕 한 바가지 함께하며 한 시간쯤  쉬었다. 억새는 목장터를 지나 무장봉 근처에 낮은 키로 무리지어 있었고 무장봉에서 내려다 보는 억새 군락이 한무리의 새떼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무장봉을 내려와 암곡으로 가는 길은 잡목으로 우거진 숲길로 올라 올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운치있는 길이었다. 그러나 그 길 끝에는 아주 급경사의 내리막길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내려가기도 이렇게 힘든데 이 길로 올라온 사람들은 얼마나 숨이 찼을까?

올라가는 길은 거리가 멀지만 경사가 완만한 길이었고 내려 가는 길은 거리는 짧지만 아주 가파른 길이었다. 처음 갈림길에서 내려오는 길을 경사로를 택한게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8.4km의 무장산 트래킹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입구에 있는 간이 식당에 들어가 향긋한 미나리전과 막걸리 한모금으로 마무리를 했다. 물이 맑아서 인지 논에는 비닐하우스로 미나리 재배를 많이 하고 있었으며  추억의 국화빵을 파는 아저씨가는 흥겹게 노래 부르는 것도 이 골짜기의 명소처럼 보였다.

 

2011.11.12  무장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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