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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 /내가 좋아하는 시

[스크랩] [김정환] 절망에 대해서 - 낭송 황규관

by 매화연가 2011. 1. 17.

 

 

  

 

 

김정환, 「절망에 대해서」(낭송 황규관)

 

 

 

절망에 대해서

 

김정환

 

 

자동차 헤드라이트는 눈도 없고 귀도 없고

발설의 입도 없고

다만 나는 아직도 어두운 밤 뒷골목에서

뒤에서(혹은 앞에서) 오는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두고 차분히

걷지 못한다.

돌아보면 자동차 헤드라이트는 내 왜소한 그림자를 삽시간에 삼켜버리고

다시 토해내고, 토해낸 그림자는 갑자기 산더미만해지고

헤드라이트와 내 그림자는

골목 저편 끝으로 아주 조그맣게 사라져가는 것을

보면서 나는 게가 된다 담벼락 끝으로 설설 기어 오르는

헤드라이트는 다만 번쩍거릴 뿐인데

뻔뻔스레 번쩍거릴 뿐인데

헤드라이트의 절망과

내 몸 속, 그립고 또한 아주 왜소한 나의 절망이

그리고 절망의 절망이

일순의 거대한 시대를 지나

골목 저편으로 어둠을 몰고 사라져가는 것을

나는 다만 한 마리 비겁한 게처럼 설설 기면서

지켜볼 수 있을 뿐이다

나는 아직도 어두운 밤 뒷골목에서

뒤에서(혹은 아무데서) 오는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그대로 두고 

 

안심하지 못한다. 참지 못한다.

 

 

 

시집『지울 수 없는 노래』(창작과비평사, 1982)

―출처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문장)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우가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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