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남은 가을을 찾아 강원도로 떠난다. 그렇게도 복잡하던 여행지가 순식간에 적막에 싸인다. 기왕이면 2박 3일로 간다. 시간이 없다면 이 코스에서 골라 1박으로 가본다.
별미 집 앞에서 줄 서서 기다리지 않는다. 방위와 고도에 따라 조금씩 다른 속도로 물러나는 가을을 보러 간다. 강릉과 정선을 헤집고 다니는 2박 3일 코스를 소개한다. 모든 목적지는 내비게이션에 같은 지명을 넣으면 검색이 가능하다. 숙소는 ‘강릉’ ‘정선’을 검색어로 숙박 예약 사이트에서 검색한 뒤 실제 숙소 홈페이지와 가격을 비교해 예약할 것.
◇첫날 원주에서 강릉까지: 가을과 도시
점심 무렵 원주에 도착하도록 출발 시각을 잡는다. 원주에 가면 이번 주말까지 웅장한 가을을 볼 수 있다. 반계리 은행나무다. 천연기념물 167호인 이 은행나무는 나이가 800세가 넘었다. 키는 33m에 가슴둘레만 12m, 잎이 무성하면 동과 서로는 35m, 남과 북으로는 34m나 된다. 딱 바로 지금 무렵, 은행나무에 가을이 미친 듯이 불탄다. 입구가 협소해 차량 운전 조심. 점심 식사는 원주 시내 엄나무집 삼계탕에서 한다. 인공 조미료 맛이 느껴지지 않는 개운한 육수. 1만2000원. 원주시 치악로 1472-6 (033)761-0558
그리고 강릉으로 간다. 목적지는 경포호다. 경포호 주변 허난설헌 생가 터와 선교장, 오죽헌에는 노랗고 발간 낙엽들이 깔려 있다. 강릉에 흩어져 있는 관광지를 차근차근 돌아보면 저녁 무렵이다. 식사는 경포호에서 10분 거리인 서지초가뜰에서 한다. 농촌진흥청이 선정한 농가 맛집 가운데 하나다. 농사일을 마친 마을 혹은 모내기를 한 사람들에게 내는 밥상이 한가득 나온다. 자기네 논과 밭에서 수확한 농산물로 만든 밥과 나물과 장아찌들이다. 밥은 반찬 없이 먹어도 좋을 정도로 맛있다. 산속으로 찾아가는 재미도 좋고 저녁 무렵 초가집 분위기도 좋다. 1인분 1만5000원~2만원. (033)646-4430
- 강릉 서지초가뜰 시골밥상 정식.
◇둘째 날 강릉에서 태백까지: 만추 드라이브
경포대에서 주문진 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사천진리 해변이 나온다. 허난설헌의 동생 허균이 즐겨 찾던 곳이다. 이곳 포구에서 아침 식사를 한다. 포구 식당 대부분이 문을 연다. 메뉴는 반드시 미역국을 택할 것. 참기름으로 볶은 미역에 우럭을 끓여낸다. 대접 하나 가득 나오는 미역국이 금방 바닥을 보인다. 황토전복물회집 추천. 우럭미역국 1만원. (033)641-8210. 내비게이션은 진리해변길 68-14. 시간이 된다면 강릉을 커피의 메카로 만든 커피하우스 테라로사 커피 팩토리도 들러본다. 커피 마니아에게는 성지 같은 곳이다.
그리고 내비게이션을 노추산 모정탑에 맞추면 강릉과 정선을 잇는 410번 지방도를 타게 된다. 골 깊은 골짜기를 통과하는 이 길 양편은 계절과 공간이 두루 섞여 있다. 추수 끝난 텅 빈 들판과 새파란 배추밭, 맑은 개천, 나목(裸木)과 파르르 떠는 붉은 단풍, 싯누런 낙엽송이 모퉁이마다 얼굴을 바꾼다. '노추산 모정탑' 이정표가 나오면 잠시 쉰다. 돌탑 3000개가 서 있는 기이한 산중 산책로를 걸을 수 있다. 누구나 걸을 수 있는 평탄한 길이다. 모정탑을 지나면 정선이다. 거기 오장폭포가 있다. 물줄기는 약하지만 높이가 127m로 한국에서 가장 길다. 점심은 정선 읍내 곤드레밥집에서 먹는다. 곤드레 정식도 좋고, 아쉽다면 제육볶음을 곁들인 곤드레 제육정식도 추천. 6000원~1만1000원. 동박골식당 추천. 정선읍 봉양리 190-1. (033)563-2211
이번에는 정암사와 삼탄아트마인이다. 정암사는 정선과 태백 접경 고한읍에 있다.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모신 수마노탑이 있고, 그래서 불상이 없는 대웅전, 적멸궁이 있다. 적멸궁 정원을 자세히 보면 죽은 자기 몸통을 뚫고 자라나는 기이한 주목 나무를 볼 수 있다.
정암사 옆에는 폐광을 개조한 예술 공간 삼탄아트마인이 있다. 쓸쓸한 외형은 그대로 살리고, 예술에 관한 모든 것으로 채워놓은 곳이다. 대표인 김민석씨가 30년 동안 세계 각지에서 모은 수집품을 볼 수 있다. 변형을 최소화한 옛 탄광 사무실과 샤워장이 모두 전시 공간으로 변했다. 입장료 1만3000원이 절대 아깝지 않다. 이곳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도 가능하다. 스테이크류는 하루 전 예약. 비빔밥 9000원. 미리 예약하면 예술가들에게 빌려주는 숙소를 이용할 수 있다. 11만원부터. www.samtanartmine.com (033)591-3001. 월요일 휴관. 정암사에서 만항재 방향에 있는 밥상머리 식당 닭볶음탕도 인기다. 고한읍 함백산로 1103 (033)591-2030
◇셋째 날: 고원에서의 아침
고한에서 하룻밤을 보냈다면 '당연히' 타임캡슐공원으로 간다. 고픈 배는 잠시 잊어두자. '엽기소나무길' 혹은 '타임캡슐공원'을 검색하면 정암사에서 1시간 걸린다. 강원도 특유의 복잡다기한 산중 드라이브 끝에 고원이 나타난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 한 장면을 찍은 곳이다.
낙엽송 우아한 산길, 추수 끝난 배추밭, 꼭대기에 서 있는 잘생긴 소나무가 볼거리다. 마음이 있다면 관리소에서 타임캡슐을 사서 나무 아래 묻을 수 있다. 공원 매점에서 간단한 음식을 판다. 어묵, 라면, 김치찌개, 된장찌개, 각종 전 등. 늦은 아침으로는 최고다.
그다음에는 자유다. 단종 유적을 보려면 영월 쪽으로, 서둘러 집으로 가려면 진부 쪽을 택한다. 청령포를 거쳐 장릉 앞에는 장릉보리밥집(033-374-3988)과 도깨비식당(374-4232·곤드레밥·7000원)이, 주천에는 한우식당가인 다하누촌이 있다. 진부 쪽을 가면 하진부IC 부근에 부일식당이 있다. 외형은 허름하나 순식간에 접시를 싹싹 비우게 되는 시골밥상을 낸다. 부엌에 있는 가마솥은 온종일 나물을 쪄내느라 바쁘다. 1인분 9000원. (033)335-7232
출처 조선 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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