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의자
문태준
길쭉한 목을 늘어뜨리고 해바라기가 서 있는 아침이었다 그 곁 누가 갖다놓은 침묵인가 나무의자가 앉아 있다 해바라기 얼굴에는 수천 개의 눈동자가 박혀 있다 태양의 궤적을 좇던 해바라기의 눈빛이 제 뿌리 쪽을 향해 있다 나무 의자엔 길고 검은 적막이 이슬처럼 축축하다 공중에 얼비치는 야윈 빛의 얼굴 누구인가? 나는 손바닥으로 눈을 지그시 쓸어내린다 가을이었다 맨 처음 만난 가을이었다 함께 살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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