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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 /내가 좋아하는 시

빈의자/문태준

by 매화연가 2014. 9. 6.

 

 

 

 

 

빈의자

 

 

문태준

 

길쭉한 목을 늘어뜨리고 해바라기가 서 있는 아침이었다

그 곁 누가 갖다놓은 침묵인가 나무의자가 앉아 있다

해바라기 얼굴에는 수천 개의 눈동자가 박혀 있다

태양의 궤적을 좇던 해바라기의 눈빛이 제 뿌리 쪽을 향해 있다

나무 의자엔 길고 검은 적막이 이슬처럼 축축하다

공중에 얼비치는 야윈 빛의 얼굴

누구인가?

나는 손바닥으로 눈을 지그시 쓸어내린다

가을이었다

맨 처음 만난 가을이었다

함께 살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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