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
문 태 준
모스끄바 거리에는 꽃집이 유난히 많았다 스물네시간 꽃을 판다고 했다 꽃집마다 ‘꽃들’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었다 나는 간단하고 순한 간판이 마음에 들었다 ‘꽃들’이라는 말의 둘레라면 세상의 어떤 꽃인들 피지 못하겠는가 그 말은 은하처럼 크고 찬찬한 말씨여서 ‘꽃들’이라는 이름의 꽃가게 안으로 들어섰을 때 야생의 언덕이 펼쳐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의 보살핌을 보았다 내 어머니가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방을 두루 덥히듯이 밥 먹어라, 부르는 목소리가 저녁연기 사이로 퍼져나가듯이 그리하여 어린 꽃들이 밥상머리에 모두 둘러앉는 것을 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