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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 /내가 좋아하는 시

꽃들/문태준

by 매화연가 2012. 3. 17.

 

 

 

 

 

 

꽃들

 

문 태 준

 

 

 

모스끄바 거리에는 꽃집이 유난히 많았다

스물네시간 꽃을 판다고 했다

꽃집마다 ‘꽃들’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었다

나는 간단하고 순한 간판이 마음에 들었다

‘꽃들’이라는 말의 둘레라면

세상의 어떤 꽃인들 피지 못하겠는가

그 말은 은하처럼 크고 찬찬한 말씨여서

‘꽃들’이라는 이름의 꽃가게 안으로 들어섰을 때

야생의 언덕이 펼쳐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의 보살핌을 보았다

내 어머니가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방을 두루 덥히듯이

밥 먹어라, 부르는 목소리가 저녁연기 사이로 퍼져나가듯이

그리하여 어린 꽃들이

밥상머리에 모두 둘러앉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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