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아래서 주운 것
홍종빈
계단 아래서 어슬렁거리다 그저 평범해 보이는 덩어리 하나 주웠다 너무 따뜻하고 낯익어서 뒤집어 보고, 맛보고, 냄새를 맡아 보니 그것이 바로 내가 한평생을 그토록 찾아 헤맸던 행복 그것이었다 계단 위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던 그것, 지나친 바닥마다 무수히 널려 있던 그거, 마음만 열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던 그것, 너무 흔해서 무시하고 지나쳤던 그것, 잡는 순간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리는 그것, 언제나 내 옆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던 그것, 바보처럼, 바보천치처럼 올가미 치켜들고 이승의 끝자락까지 찾아 헤맸던 그것을 마음의 계단 아래서 어슬렁거리다 주웠다 오오, 여기가 바로 온기 가득한 사람의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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