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관리, 조직 경쟁력 강화의 첩경▣
-LG경제연구원 : 강진구 | 주간경제 854호-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일하는 조직에서 갈등은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이다. 갈등을 방치하거나 잘못 관리하면 조직의 경쟁력이 저하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성공적인 갈등 관리를 위한 핵심 포인트에 대해 살펴보자.
요즘의 경영 환경에서는 No 1. 기업이 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더욱이 내수 침체 등으로 인한 국내 경기의 불황이 장기화 되면서 기업들 간의 생존 경쟁이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할 만큼 치열해 지고 있다. 잘 나가는 기업들조차 ‘비상 경영’이다 ‘위기 상황’이다 하며 허리끈을 바짝 졸라매고 있다. 이처럼 위기 의식이 심화되면서 기업들은 상시적인 구조조정, 비용 절감 등을 위한 혁신 활동의 강도를 점점 높이고 있고 구성원들은 많은 스트레스 속에서도 긴장의 끈을 잠시도 놓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강화되는 성과주의 인사 정책은 구성원간의 경쟁 심리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구성원들이 경험하는 심리적, 감성적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더 다양해지고 또한 그 정도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HR 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1천 9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2004.6.29)에 따르면 직장 내 갈등이 심해진 이유에 대해 조사 대상자들은 ‘개인간 경쟁이 더 치열해 졌기 때문’(31.9%)을 가장 많이 꼽았다. 가장 심각한 갈등을 느끼는 대상에 대한 설문 조사에서는 조사 대상자의 절반 이상(51.6%)이 동료와의 갈등이 가장 심각하다고 답하고 있다. 실적 위주의 기업 문화와 구성원들의 개인주의적 가치관 확산이 이러한 갈등의 주요한 원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조직 내 갈등은 과도할 경우, 구성원들의 육체적·정신적 소모(Burn-out)를 초래하고 건강한 조직 문화를 파괴시킬 수 있다. 그러나 갈등이 반드시 부정적 영향만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조직 내 어느 정도의 갈등은 구성원들에게 건설적인 긴장감을 줌으로써 생산성이나 창의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하에서는 그 필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조직 갈등의 효과적인 관리 방안에 대해 살펴본다.
소모적 갈등과 생산적 갈등
갈등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에서 보면 크게 소모적 갈등과 생산적 갈등으로 나눌 수 있다. 소모적 갈등과 생산적 갈등의 차이는 갈등 자체의 속성에 따른 것이 아니라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관리하는 가에 의해 구분되는 것이다. 갈등은 관리되지 않으면 당사자간의 질시와 반목 등 부정적인 감정 표출을 유발시켜 소모적 갈등으로 변질될 수 있다. 이는 개인이나 조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막대한 폐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반면, 구성원들의 회사에 대한 애착과 기대에서 비롯되어 개인의 욕구보다 조직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의견이 대립되는 경우는 생산적 갈등이라 볼 수 있다. 생산적 갈등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한다면 조직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
생산적 갈등은 여러 순기능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갈등을 다루는 당사자들은 갈등 발생 이전보다 문제의 핵심을 더 잘 파악하게 된다. 또 갈등은 상대방과의 인간 관계를 더 돈독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나아가 갈등 관계의 당사자들은 자신과 상대방의 능력이나 잠재력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기도 한다. 갈등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심리적, 인격적으로 한층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조직적 차원에서 갈등의 발생은 문제의 시작이 아니라 해결을 위한 첫 걸음이다. 효과적인 조직과 비효과적인 조직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갈등을 회피하는 게 아니라 갈등을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내/외부적인 변화가 없다면 상당수의 갈등 요인들은 쉽게 밖으로 드러나지 않고 잠재된 채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잠재된 갈등이 외부로 표출될 때 비로소 문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할 수 있는 것이다. 갈등을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조직에 대한 요구의 표출이나 조직의 발전을 위한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Johnson & Johnson은 부문별로 상당한 자율권이 부여된 분권화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조직 구조상 부문간 갈등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갈등 관리를 통해 분권화된 조직을 매끄럽게 운영하고 있다. 그 기본적인 방법 중 하나가 과거에 발생하였던 주요 사례를 연구하고 이를 통한 개선 노력을 부단히 전개해 왔던 것이라고 한다. 또한 동사는 특정 부문의 아웃소싱 정책과 관련된 갈등의 관리 과정을 연구하는 전담 부서를 운영하기도 하였다. 여기서 얻은 결과물과 유용한 정보들을 부문간 협력에 도움이 되는 교훈으로 가공하여 전사에 전파하여 현업에서 활용하도록 하였다.
갈등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갈등을 근본적으로 사전에 억누르고 방지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효과적으로 해소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갈등이 거의 없는 조직이라면 오히려 혁신과 변화가 촉진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기업의 여건에 맞는 갈등의 최적 수준을 파악하여 적정 수준의 갈등을 유지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방안이 될 수 있다.
갈등 해결의 유형
독일의 심리학자인 Thomas-Kilmann은 협조성 (타인의 관심을 만족시키고자 노력하는 정도)과 공격성(자신의 관심을 만족시키고자 노력하는 정도)의 두 차원을 중심으로 갈등의 해결 유형을 타협, 순응, 회피, 협조, 그리고 경쟁의 다섯 가지로 구분하였다(<그림> 참조). 타협은 자신과 상대가 서로 양보하여 최적은 아니지만 부분적 만족을 취하는 방식이다. 순응은 자신의 욕구 충족을 포기함으로써 갈등을 해결하는 소극적 방식이며, 회피는 자신과 상대방 모두를 무시함으로써 갈등 관계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방식이다. 경쟁은 상대방을 좌절시키고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키려는 적극적 전략이다. 협조는 문제 해결을 통해 쌍방 모두 이득을 보게 하려는 윈-윈(win-win) 전략이다.
전통적으로 조화를 중시하고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한 동양 문화권에서는 갈등이 부정적으로 인식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최근 가치관이 많이 서구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유교사상이 뿌리 깊은 우리 나라의 경우, 조직의 성과를 높이려면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그 결과 상하간에는 아랫사람의 양보 또는 포기가, 동료간에는 서로 타협함으로써 갈등을 이슈화하지 않으려는 소극적인 해결 방식이 주로 사용되었다.
논리와 합리성을 중시하는 서구에서는 갈등에 대해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가 일반화되어 있다. 보스톤에 있는 컨설팅회사인 Vantage Partners의 Jeff Weiss 와 Jonathan Hughes 은 “조직 안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진정 효과적인 협력 관계로 발전하는 데에는 관리자들이 갈등을 자연스럽고 필요한 것(Natural and Necessary)으로 인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고 말하고 있다. 서구 선진 기업들이 문제 해결을 통한 상호간 협력 관계 형성을 갈등 관리의 주된 목표로 삼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갈등 관리의 핵심 포인트
효과적인 갈등 관리를 위해서는 다음의 세가지 포인트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갈등의 사전 예방과 효과적 관리를 위한 사전 대비, 그리고 갈등이 발생한 상황에서 신속하고 적절한 해결 방안 마련이 그것이다.
포인트 1: 잠재적 갈등 요소를 점검하라
우선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요인을 찾아내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구성원들의 불만이나 건의 사항을 수렴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드러나는 갈등 유발 요인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회사는 구성원의 불만을 최소화 하기 위한 제도를 고안하고 공정하게 운영함으로써 갈등의 발생을 사전에 줄일 수 있다. 미국의 항공우주산업 회사인 휴즈사의 경우, 직원의 업무능력을 감안한 적절한 업무 분배와 업무 성과에 상응하는 공정한 보상시스템을 마련하여 업무 배분과 평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사전에 최소화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업무 배분과 평가 제도의 공정성 확보에 특히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이는 제도의 공정성이 의심을 받게 된다면 그 제도의 시행 자체가 심각한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부서간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는 회사 내부의 전략과 목표는 시장 여건의 변화를 감안하여 수시로 점검해 보아야 한다. 내부적으로 여러 개의 목표들이 설정되어 있다면 상치되는 부분을 미리 밝혀냄으로써 적절히 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 회사는 회원의 수를 늘리고 카드 이용률을 증가시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동시에, 카드사용 대금 회수율을 높임으로써 연체를 줄이려는 노력을 한다. 이러한 목표들은 서로 상치됨으로써 유관 부서간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즉, 영업 목표를 위해 회원 자격을 완화하거나 사용 한도를 높이면 이 정책은 곧 부실 채권의 증가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다. 반대로 부실채권을 막기 위해 회원 자격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사용 한도를 축소시키면 매출 확대에 지장을 받아 영업 부서의 반발을 야기할 수 있다. 이 경우 시장의 상황에 맞게 각 부문의 영업 활동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도 부서간 갈등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포인트 2: 관리자 역량을 강화하라
조직 안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조기에 적절히 해결하는 데 있어 특히 중요한 것은 관리자의 역할이다. 유능한 관리자라면 구성원들간의 갈등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해결 방안을 제시해주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흔히 간과되기 쉬운 사실은 갈등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당사자일수록 효과적이고 건설적인 해결책을 찾아내기가 가장 어렵다는 것이다. 제 3자의 적절한 도움이 있을 때 갈등은 빠른 해결 과정을 밟아 나갈 수 있다.
관리자 역량의 강화는 갈등의 사후 관리뿐만 아니라 사전 예방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리더십 교육을 통해 구성원을 포용하고 조직 내 부드러운 인간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유능한 리더를 육성해야 한다. 갈등 발생 징후를 보일 때 누구나 거리낌없이 리더에게 상담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갈등 관리의 시작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부하들 스스로의 갈등 해결 능력을 키워줄 수 있어야 진정한 리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IBM에서는 비슷한 유형의 갈등에 대한 반복적인 상담이 관리자들의 업무 효율을 저하시킨다는 판단으로 비효율적인 상담을 줄여주기 위해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IBM은 먼저 임원들에게 부하 직원들의 갈등 관리 능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 자료를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 자료를 활용하여 임원들이 부하 직원의 갈등 관리 능력을 키워주고 있다. 이를 통해 결국 IBM의 구성원들은 낮은 관리 단계에서부터 갈등 관리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는 것이다.
포인트 3: 신속하게 대처하라
갈등의 효과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빠른 대처가 요구된다. 이는 모든 구성원이 갈등 관리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고 대처 방안에 대해 잘 알고 있을 때 가능하다. Intel은 신입사원 교육과정 때부터 신입사원들이 갈등의 적절한 관리와 최선의 해결을 위해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 보는 경험을 하게 한다. 이러한 교육 과정을 통해 Intel은 회사가 비즈니스의 필수 요소로 갈등 관리에 대해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 지를 구성원에게 보여주고 있다.
갈등을 관리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소위 ‘눈덩이 효과(Snow Ball Effect)’ 가 발생한다. 어떤 조직에서든 갈등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므로 해결은 빠를수록 좋다. 갈등의 해결이 늦어질수록 점점 더 많은 유형, 무형의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게 된다. 예컨대, 사업부장과 팀장이 서로 엇갈린 정보를 갖고 있어 오해가 생겼다면 빠른 대응으로 정확한 정보를 명백하게 알려주기만 하면 쉽게 해결된다. 하지만 양측이나 제 3자 그 누구도 나서지 않고 그대로 방치한다면, 두 사람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게 된다. 이러한 소모적 갈등이 지속된다면 차후 업무 추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수 있다. 결국 작은 갈등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 전체 조직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특정한 형태의 갈등 유형에 대해서는 회사 내부적으로 일정한 해결 절차나 접근 방식을 공유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 하다.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대폭 줄임으로써 갈등 발생 시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갈등이 발생하면 먼저 회사의 정형화된 프레임에 사안을 적용하고 나서 결과를 검토하기로 구성원끼리 약속을 미리 해 놓는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의료회사인 Blue Cross & Blue Shield 라는 회사는 자주 발생하는 내부적인 의견 불일치를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하기 위해 ‘구축이냐, 구매냐 아니면 제휴냐? (Build, Buy, or Ally?)’ 라는 간단하고 독특한 의사결정 방식 (Trade-off Tool)을 운영하고 있다. 동사는 전략적 업무 제휴에 따른 기간 설비의 확보 방안에 대해 관련 부서간에 이견이 생기는 상황을 효율적으로 타개하기 위해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시스템을 자체 구축할 것인지, 외부에서 구입할 것인지, 또는 제휴를 통해 사용권만을 확보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회사는 의사 결정을 위한 설문지 형태의 일련의 공통 기준들을 제공한다. 관련된 부서들의 구성원들은 단지 각각 제공된 기준에 맞추어 본인들의 생각과 주장을 적어 제출한다. 이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은 각각의 방법에 대한 장단점 형태로 공유된다. 조직과 구성원 모두 각 상반된 주장들의 격렬한 충돌을 피할 수 있다. 또한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확보된 정보를 활용함으로써 효과적인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갈등 해결의 열쇠는 ‘신뢰’
아무리 훌륭한 갈등 관리 기법이 사용된다 하더라도 갈등 당사자간의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갈등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생산적 갈등에 대해서는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 서로 생각이 다를 뿐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때 일시적인 갈등은 더 깊고 발전적인 협력 관계로 전환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 차원의 성공적인 갈등 관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구성원들간 신뢰하는 조직 문화의 정착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끝-
'즐거움 >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들 그렇게 한단다 (0) | 2011.09.07 |
---|---|
단 한 사람 (0) | 2011.09.02 |
시를 읽는다/ 박완서 (0) | 2011.08.19 |
기억력키우는 열가지 습관 (0) | 2011.08.19 |
바보 빅터 (0) | 2011.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