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빅터
호아킴 데 포사다(작가) | 한국경제 신문사 | 2011.03.02
7월 계속해서 비가 오고 있다. 내게 있어서 정말 잔인한 7월이다. 언제부터지 기억나지 않지만, 성인이 된 이후로 비가 정말 싫어졌다. 아침에 출근길도 불편하지만 그냥 날씨 자체가 흐리고 하늘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것 자체가 싫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우울한 7월에 나를 찾아온 따듯한 햇살과 같은 책이 바보 빅터이다.
책의 이야기는 진부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픽션의 이야기는 이제 조금 지겹고 재미없을 법도 한데, 난 이런 류의 동화 같은 이야기가 좋다. 사실 이야기의 구성은 엉성하기 그지 없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빅터가 바보로 불리게 되는 시작부터 해결되는 그 순간까지 엉성하기 그지 없다. 이런 엉성한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건 어쩌면 아직도 그런 이야기가 현실에서 통한다고 믿기 ?문이 아닌가 싶다.
이야기는 일반화의 오류로 인해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주제로 시작된다. 어쩌면 작가가 얘기하고 싶었던 주된 내용은 일반화의 오류보다는 삶에 있어서 자기 주체가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야기에서 자기 자신의 대한 믿음과 사랑에 대한 내용을 끝임없이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내가 팀을 운영하면서 항상 팀원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이기 ?문에 나 역시도 그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동감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남도 그만큼 사랑할 수 있으며, 자기 자신을 사랑한만큼 프라이드와 책임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프라이드가 부족하거나 책임감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야기 속의 바보 빅터도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사랑에 대해서 끝임없이 의심하면서 프라이드와 자신감 책임감등을 잃어버리게 된다.
빅터가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을 잃어버리게 된 이유는 일반화의 오류 때문인데, 아이큐 173의 주인공 빅터가 자신의 아이큐가 73으로 잘 못 알게 됨으로서 자신의 삶을 바보로 살게 된다. 일반화 오류는 이렇게 똑똑한 사람도 인생을 바보같이 살게 만든다. 우리는 삶을 살면서 이런 일반화의 오류로 많은 실수와 오해를 하게되는 경우가 많다. 작은 것부터 빅터와 같은 큰 일까지 많은 부분에서 일반화의 오류를 경험할 수 있다. 나 역시도 팀원들을 관리할 때 그런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아무개의 경우 이런 사람이니깐 이 일을 조금 무리야.>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어떤 <정보>를 통해서 그런 결론을 내리긴 하지만 그 정보가 일반화의 오류와 관계가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서 <얼굴이 잘생겨야 미인과 결혼한다.>, <우리 아이는 끈기가 없어서 OO를 할 수 없어!>라는 일반화는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정보라는 얘기다.
빅터의 문제는 일반화 오류로 시작했지만, 근보적인 문제는 바보라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데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초에 읽은 트라우마에 대한 책에서 트라우마가 우리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잘 설명되어 있다. 문제는 빅터는 바보라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과 치료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빅터는 레이첼 선생님을 통해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 천재로써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이런 트라우마의 치료는 매우 중요한데, 치료하지 못할 경우 끝임없이 그 트라우마로 인한 고통을 겪게 된다. 플래쉬백이라던지, 자기 자책과 같은 공통을 계속 겪으면서 더욱더 그 안에 갖히게 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문제는 꼭 주변에서 부모나 의사와 함께 치료를 해야 한다.
[그림-01] 영화 포레스트 검프 IQ 75로 너무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
바보 빅터와 반대로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는 어린시절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면서 (검프가 쫓기면서 다리 보호대가 부셔지면서 달릴 수 있는 부분, 즉 트라우마 때문에 걷지 못한 것 뿐 실재로 뛸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줌) 아이큐75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빅터와 다르게 검프는 매사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간다. 비록 바보지만 바보로써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처럼 트라우마의 해방은 삶에 큰 영향을 준다.
바보 빅터를 통해 삶에서 자기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자신의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하냐에 따라서 얼마나 다른 삶을 살게되는지 작가는 말해주고 있다. 나는 빅터처럼 천제도 아니고 포레스트 검프처럼 바보도 아니지만 그 안에서 나만의 멋진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보 빅터에서 로라의 ‘소녀와 발레리노 이야기’
러시아의 어느 시골 마을에 발레리나를 꿈꾸는 소녀가 살고 있었다. 소녀는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발레를 연습했고 또래보다 앞서나갈 수 있었다. 소녀는 기량이 발전할수록 더 어려운 기술을 배워야 했다. 그만큼 실패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녀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과연 나에게 재능이 있는 것일까?’
소녀가 재능에 대한 회의에 시달리던 어느 날, 마을에서는 세계 최고의 무용수가 방문하는 행사가 벌어졌다. 소녀는 자신의 재능을 확인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달려갔다. 소녀는 무용수에게 간청했고, 마침내 그 앞에서 춤을 출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소녀는 떨리는 마음을 추스르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심한 눈으로 소녀를 바라보던 무용수는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손사래를 쳤다.
“그만! 너처럼 뻣뻣한 아이는 생전 처음 보는구나. 넌 재능이 없어.”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내가 재능이 없다니, 소녀는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건 다름 아닌 세계 최고의 무용수가 내린 평가였다. 결국 소녀는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발레를 포기하고 말았다. 그 후 소녀는 평범한 가정주부가 되었다. 세월이 흐른 어느 날, 또 다시 시골 마을에 무용수가 방문하는 행사가 벌어졌다. 여인은 행사장에서 은퇴한 무용수를 만날 수 있었다. 여인은 그를 보자 좀처럼 풀리지 않는 의문이 하나 생각났다.
“오래전 당신은 이 자리에서 내게 재능이 없다고 말했죠. 그런데 요즘 생각해보니 뭔가 이상한 점이 있어요. 당신이 아무리 세계 최고의 무용수라 해도 말이죠. 어떻게 단 1분 만에 어린 소녀의 가능성을 알아볼 수 있었죠?”
그는 예전처럼 무심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당연히 알 수 없죠. 난 신이 아니니깐.”
여인은 정신이 멍했다. 한 소녀의 꿈을 포기하게 만든 장본인이 어떻게 그런 무책임한 대답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여인은 그에게 온갖 비난을 쏟아냈다. 그러자 무용수는 오히려 여인에게 소리쳤다.
“당신이 남의 말을 듣고 꿈을 포기했다면, 성공할 자격이 애초에 없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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