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황여정
해운대 바닷가에서 한 남자가 건네준 것은 유리 알맹이가 둥글게 원을 그리는 알록달록한 팔찌였다. 평소 즐겨하지 않는 낯선 장신구지만 그것은 첫인사 같은 것이기에 그 자리에서 팔에 끼웠다.
마른 강줄기 같은 손등이 부끄럽고 어색해 손바닥에 숨는다. 저문 날 물비늘 같은 물결이 찰랑인다. 푸른 눈을 가진 물고기가 헤엄을 친다. 물에 젖은 솜처럼 가슴이 말랑해 진다. 버드나무 한그루가 바람을 흔든다. 생맥주 거품처럼 이야기가 넘치던 그 시간들이 살아있었다.
구름 비낀 하늘같은 젊은 날이 잠시 환하게 드러난 그날 밤 푸른 담쟁이는 눈먼 더듬이로 벽 가득 무성한 잎을 달고 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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