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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시

선물/황여정

by 매화연가 2013. 7. 11.

 

 

 

 

 

 

 

 

선물

 

 

황여정

 

 

해운대 바닷가에서

한 남자가 건네준 것은

유리 알맹이가 둥글게 원을 그리는

알록달록한 팔찌였다.

평소 즐겨하지 않는 낯선 장신구지만

그것은 첫인사 같은 것이기에

그 자리에서 팔에 끼웠다.

 

 

마른 강줄기 같은 손등이

부끄럽고 어색해 손바닥에 숨는다.

저문 날 물비늘 같은 물결이 찰랑인다.

푸른 눈을 가진 물고기가 헤엄을 친다.

물에 젖은 솜처럼 가슴이 말랑해 진다.

버드나무 한그루가 바람을 흔든다.

생맥주 거품처럼 이야기가 넘치던

그 시간들이 살아있었다.

 

 

구름 비낀 하늘같은 젊은 날이 잠시

환하게 드러난 그날 밤

푸른 담쟁이는 눈먼 더듬이로

벽 가득 무성한 잎을 달고 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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