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후드와 孔子도 王은 못 됐다
박태환 선수가 런던올림픽 수영장에서 첫 금메달을 놓치는 순간 떠오른 인물이 있다.
안철수다
“수영하는 사람에게는 수심 2m 수영장이나 태평양이나 똑같다”고 했던 그의 말이 생각나서다.
“종업원 500명 되는 기업을 경영해 봤으니 큰(국가)조직 관리도 못할 것 없다”던 그 말은 곧, 작은 기업밖에 경영 안 해봤지만 수만~수천만을 거느려본 정주영이나 이건희, MB보다 못할 것 없다는 과시욕을 은연중 내비친 말로 들렸었다. 그의 말대로 수심2m 수영장에서 몸을 띄울 수 있는 정도면 태평양에서도 떠있을 수 있다. 그러나 태평양에는 수영장에 없는 게 있다. 사나운 파도와 거친 해풍과 상어 떼 같은 것이다. 기업이든 정치든 만사가 언제나 수영장이나 여름밤 호수처럼 잔잔히 흘러간다면 안철수의 생각은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수없이 검증된 수영의 귀재요, 철저한 노력파였던 박태환조차도 수심2m짜리 수영장에서 자신의 인생과 모국의 자존심이 걸린 승부에 실패했다.
한치 앞을 모르는 현실 정치도 그런 것이다. 온실 관리인을 해봤으니 아마존 밀림 관리도 잘 할 수 있다는 식의 자아 과신은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자만이다.
지난주 ‘안철수의 생각’이란 책을 내고 줄곧 연막만 피어왔던 그의 안개 이미지는 책 제목에서 또 한 번 안개만 내뿜었다. 정작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은 ‘안철수의 생각’이 아니라 ‘안철수의 행동’ 인데 말이다.
생각이 나쁜 사람은 위험한 사람이다. 더 위험한 사람은 생각도 나쁘고 행동도 나쁜 사람이다. 가장 위험한 사람은 생각은 좋은데 행동이 나쁜 사람이다. 마지막 사람이 가장 위험한 이유는 사람들이 그럴듯한 ‘생각’에 속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란 인물이 위험한지 착한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에 대한 코끼리 만지기식의 평가와 짐작들은 수많은 논객이 입 대느라 혼란스러울 정도다. 그래서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봤다.
‘로빈후드나 공자 같은 인물들은 왜 제왕(帝王)이 못됐을까?’
먼저 로빈후드나 일지매는 어떤 세상이 될 때 나타나는지부터 ‘생각’해보자. 바로 세상이 어지럽고 무능한 통치 권력자들이 정치적 탐욕에 빠져 백성이 힘들 때 홀연히 나타난다.
따라서 어느날 나타난 안철수가 솟구쳐 오른 것은 세상이 만들어낸 이 시대의 로빈후드 같은 일종의 대리만족형 허상(虛像)일 수 있다. 안철수가 아닌 또 다른 어떤 깔끔해 보이고 착해 보이는 젊은이가 나타나 ‘공자 말씀’을 했었어도 껌뻑 넘어가게 돼 있는 세상이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
거기에 세상을 거스른 새누리와 민주당과 진보 세력들이 민심 이반의 굿판까지 깔아 줬다. 그 결과 언제든지 누가 바람처럼 나타나 깔아 놓은 멍석 위에 앉기만 하면 장꾼들이 구름같이 모여들게 돼 있었던 장판이 돼 있었던 장판이 돼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대중은 로빈후드를 통해 대리만족은 해도 그를 왕으로 만들어 받들지는 않는다. 책상머리에 않아 이런 말, 저런 생각 골라 짜낸 ‘생각’을 내 보내도 ‘옳은 말이야’라고 맞장구는 쳐 줄지언정 쉽게 제왕으로는 말들어주지 않는다. 그게 대중이다. 스타 메시아에 대한 호기심이나 한바탕 쓸어주고 가는 대리만족은 나라를 맡기는 일과 다르기 때문이다.
더 위대한 말씀들을 남긴 공자도 제후들을 찾아다니며 이말 저말 고매한 ‘생각’으로 가르치려 들었지만 제왕은 제왕의 재목들이 따로 있었다. 제왕에겐 ‘생각’보다 ‘행동’이 중요하다. 잔인하리만큼 명쾌한 결단이 있어야 하고 선비가 생각에 빠져 있을 시간에 전광석화같이 칼을 뽑을 줄 아는 자가 제왕이 될 수 있고 돼야 하는 것이다.
우유부단한 착한 목동은 이리떼와 맞서 잔인하게 피를 튀길 줄 모른다. 현명한 목장 주인은 성질 사나운 카우보이에게 소떼를 맡긴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그들 역시 자기 갈길(IT)이나 제대로 가는 것이 자신과 기업과 나라를 더 위하는 길이라는 것을 아는, ‘생각’있는 천재들이었다.
안철수, 그는 로빈후드와 공자가 왕이 되지 못한 이유. 그리고 잡스가 왕이 되려 하지 않은 이유를 좀더 ‘생각’해 보고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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