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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테레사.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아는 수녀다. 18살에 아일랜드 로레토 수녀원에 들어갔다.
1950년 '사랑의 선교수녀회'를 설립해 인도 캘커타를 중심으로 평생 빈민과 고아 그리고 병자 등 약자들을 구원하는데 헌신했다. '빈자의 성녀'로도 추앙받아온 테레사 수녀는 이 같은 공헌으로 1979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리고 1997년 87세로 세상을 떠났다.
테레사 수녀가 세상을 떠난 그 다음해 미국 하버드 의대 데이빗 맥클랜드 박사 연구팀은 면역항체 연구에 관한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하게 된다. 다름 아닌 '마더 테레사 효과'.
인간의 침에는 바이러스를 없애는 면역항체 'lgA'가 들어있다. 근심이나 긴장상태가 지속되면 침이 말라 이 항체가 줄어든다. 연구팀은 실험 전 학생들의 이 면역항체의 수치를 조사한 뒤 마더 테레사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를 보여줬다. 그 후 이 수치의 변화를 분석했더니 학생 대부분 면역항체가 종전보다 50% 정도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현상을 마더 테레사 수녀의 이름을 붙여 '마더 테레사 효과'라 명명했다. 이는 남을 위한 봉사활동이나 선한 일을 보기만 해도 인체의 면역기능이 향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남을 위해 봉사하거나 선한 일을 하는 사람은 그 이상의 면역항체가 증가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는 강제에 의하지 않고 대가없이 육체적, 물질적, 금전적이든 남을 도울 때 기분이 좋아진다. 이 때 느끼는 기분이 바로 '봉사자의 황홀감'(Helper's high)이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남을 위한 헌신 후에 심리적 포만감 상태가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 때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도 현저하게 낮아지고 엔돌핀 역시 정상치의 3배 이상 분비돼 몸과 마음에 활력이 넘치게 된다.
봉사자나 기부자들은 대부분 '테레사 효과'나 '헬퍼스 하이'를 느낀다고 한다. 이들 대부분은 건강하게 장수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높다는 결론이다. 테레사 수녀가 87살을 살았듯이 봉사자나 기부자들은 비교적 건강하게 오래 살았던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래서 봉사자나 기부자들 대부분은 남을 위한 행위를 한 번에 그치지 않는 것이 공통점이다.
최근 천안함 사고로 순직한 아들의 위로금 전액을 대학 장학금으로 내놓은 강원도의 40대 후반의 여성, 아들 결혼식 축의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기부한 청주의 한의사, 전 재산 수 십 억 원을 모교에 기증한 70대 등 수많은 사람들의 기부소식은 정말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 같은 감동은 먼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우리는 남을 도와야지 하면서도 실행에 옮기는데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주저한다. 내 일, 내 것 먼저 챙긴 뒤 남을 돕겠다고 하지만 내 일과 내 것은 끝이 없어 결국 영원히 남을 돕지 못한다. 아무리 채워도 채울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욕심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필자는 어린이재단을 통해 세네갈 한 어린이를 돕고 있다. 그저 한 달에 몇 푼 보내는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자동 이체되는 날은 꼭 기억하고 이체여부를 확인한 뒤 '나도 누구를 돕고 있구나'하는 나 혼자만의 자부심을 느낀다. 그 날 술자리가 마련되면 술을 많이 마시게 된다. 허나 다른 날처럼 취하지 않는다.
특히 이 어린이로부터 직접 편지를 받았을 땐 지금까지 받아본 어느 편지보다 반가워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자랑하기도 했다. 아마도 '테레사 효과'와 '헬퍼스 하이' 때문인 것 같다.
남을 돕는 데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굳이 논할 필요도 없고, 물질적이든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상관이 없다. 나눠줄 수 없을 만큼 물질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가난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봉사나 기부는 남에게 도움을 주는 것 뿐 만아니라 그 도움이 자신에게 수 배가 되어 돌아온다는 점에서 적극 나서고 권장해야할 일이다.
출처 중부매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