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시

산사에서

매화연가 2018. 5. 14. 11:36



산사에서

 

황여정

 

봄이 오는 길목에서

나를 위한 선물을 한답시고

한 이틀 절간에다

몸을 앉혔다

묵은 껍질 속에서

어둠을 밀어내는 새순들의 숨소리에

자근자근 마음이 녹아내린다

밤내내 알 수 없는 말들로

귀를 적시는 물소리도

싫지는 않는데

어쩌자고

마음은 저 혼자

천리만리 돌아다니는지

산방을 지키는 몸이 무색하다

이윽고

한 참을 지난 이 밤중에

문을 밀고 들어오는

너는 누구인가

 

2018.5.14.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