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연가 2012. 2. 13. 09:07

 

 

 

등잔

 

신달자

 

 

인사동 상가에서 싼값에 들었던
백자 등잔 하나
근 십 년 넘게 내 집 귀퉁이에
허옇게 잊혀져 있었다
어느 날 눈 마주쳐 고요히 들여다보니
아직은 살이 뽀얗게 도톰한 몸이
꺼멓게 죽은 심지를 물고 있는 것이
왠지 미안하고 안쓰러워
다시 보고 다시 보다가
기름 한 줌 흘리고 불을 켜보니


처음엔 당혹한 듯 눈을 가리다가
이내
발끝까지 저린 황홀한 불빛


아 불을 당기면
불이 켜지는
아직은 여자인 그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