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언
황여정
철지난 연밥이
연지에서 묵언 수행중이다
나는 꽃에 대한 기억을 불러
이 겨울의 적막을 잠시
흔들어 본다
떠나가 버린 것에 대한 예의는
생각에서 지워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더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리라
무성하던 푸름, 젊음이 지난 자리
한 때는 모두가 꽃의 계절을 누렸을 그 때
설핏한 기억이 강물처럼 흐른다
마른 꽃대궁들
저마다 홀로 견디는 연지
초록이 잠든 자리는 외롭지 않은 것이 없다
2018.2.10.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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