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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시

저녁 안부/황여정

by 매화연가 2014. 9. 20.

 

 

 

 

 

 

저녁 안부

 


황여정

 


오랫동안

안부를 전하지 못했어

 


아침은 언제나 밖으로 열리고

낯선 하루를 맞이하느라 바쁘기만 했지

 


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그들이 내게 먼저 안부를 물어왔고

그 날의 기분에 따라 내 답은 달라졌어

 


하루여

나를 싣고 가는 하루여

오늘은 내게 안부를 묻고 싶네

 


어둠에 머리를 누이고

여름 숲같이 무성한 날들을 떠 올리면

항아리 속 김치처럼 곰삭은 시간들

잘 익었다고 칭찬해 주고 싶네

 


이제는

가시를 빼고 부드러워져야만 해

가시는 내 속에 있지만

투명인간처럼 훤히 드러나

살아가는 날을 부끄럽고 야위게 만들어

 


서늘한 눈빛으로 익어가는 가을

나무들 가장 아름다운 옷으로 제 몸을 치장하며

겨울 속으로 걸어가는 이 시간

 


오늘은

낯선 하루에게

몇 번이나 웃어 주었는지 묻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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