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안부
황여정
오랫동안 안부를 전하지 못했어
아침은 언제나 밖으로 열리고 낯선 하루를 맞이하느라 바쁘기만 했지
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그들이 내게 먼저 안부를 물어왔고 그 날의 기분에 따라 내 답은 달라졌어
하루여 나를 싣고 가는 하루여 오늘은 내게 안부를 묻고 싶네
어둠에 머리를 누이고 여름 숲같이 무성한 날들을 떠 올리면 항아리 속 김치처럼 곰삭은 시간들 잘 익었다고 칭찬해 주고 싶네
이제는 가시를 빼고 부드러워져야만 해 가시는 내 속에 있지만 투명인간처럼 훤히 드러나 살아가는 날을 부끄럽고 야위게 만들어
서늘한 눈빛으로 익어가는 가을 나무들 가장 아름다운 옷으로 제 몸을 치장하며 겨울 속으로 걸어가는 이 시간
오늘은 낯선 하루에게 몇 번이나 웃어 주었는지 묻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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